Anti hero. : 피드백 부탁해요.
설정2025-11-08 22:26•조회 72•댓글 2•한애
나는 내가 이 세상을 구원할 수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
펑—
큰 폭발 소리가 나며 내 눈 앞에서 건물을 무너져 갔다. 사람들은 나에게 「히어로」라고 부르며 구해 달라고 하지만 나는 도망쳤다. 그래. 난 「히어로」 따위와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달리고 달렸다. 결국 내 발이 도착한 곳은 어두운 골목길이었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딘지 모를 폐허로 향한다.
—
내 눈에서는 끝없이 눈물이 흘렀다. 왜였을까.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젠 돌아갈 수 없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그렇지만 난 눈물을 무작정 닦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내가 우는 모습을 본다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터벅—
들어오게 된 폐허는 상상치도 못할 만큼 넓었다. 한때 빌런들의 아지트로 쓰였던 건지 총과 단검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나의 아지트로 쓰고 싶었지만··· 인기척이 느껴졌기에 그럴 수 없었다.
챙—
생각하기 무섭게 내가 있는 방향으로 날카롭게 다듬어진 단검이 날아왔다. 나는 여유롭게 단검을 피하며 피식 웃어보였다. 그에 상대 또한 피식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단검을 겨누었다. 그리곤 말한다.
“너는 누구냐? 히어로 따위가 제 발로 빌런 아지트에 오는 건 처음 보네.”
라고.
그 말을 듣고 보니 주변에서 여러 인기척이 느껴지며 아까 겨우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애써 미소 지었다. 죽어도 여기에서 죽고, 끝까지 끌고 가자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려나.
—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리 나쁜 놈들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단지 히어로에게 상처를 입고 빌런이 된 것이었다. 히어로가 문제였다. 하지만 그런 히어로가 되어 있는 나는··· 뭐, 이미 늦었나.
잠깐. 내가 왜 히어로가 된 거지? ···난 히어로로 인해 부모를 잃었다. 그런 내가 어째서. 어째서 히어로가 된 것이었을까. 빌런들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며 얘기하던 내 머릿속이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분명 어릴 땐 빌런을 꿈꿨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니 몹시 의문이었다. 내가 히어로가 된 것도, 빌런을 꿈꾸던 시절을 까먹은 것도. 한번에 많은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누군가에 의해 세뇌라도 당했던 것일까. 어찌 된 일인지, 기억을 떠올리려 할 때마다 내 몸이 덜덜 떨렸다. 내 기억이 봉인되어 있는 것인가. 나는 그리 생각하다 결국 그곳에서 쓰러졌다.
—
쿵—
허억, 허억—
깨어나 급히 몸을 세웠다. 여전히 내가 있는 곳은 빌런들의 아지트인 것 같았다. 난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것인가, 하여 생각하다 보니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대장으로 보이는 한 빌런이 나타나 말한다.
“어이. 너 빌런이 되지 않을래?”
라고.
나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도 내 표정을 읽은 듯 나를 잠시 주시하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에 내 인상은 더 짙게 찌푸려졌다.
그는 나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와 무언가를 건넸다.
“···계약서?”
서명을 한다면 그와 함께 활동을 할 빌런이 되는 계약서였다. 계약서의 조항에는···
첫째, 배신을 할 시 즉시 「처형」.
둘째, 대장의 말엔 「무엇이든」 따를 것.
이 두 가지 조항이 끝이었다. 나는 이미 히어로로 돌아가기에 늦긴 했지만, 빌런이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였다. 지금까지 함께 해 온 동료들과 싸우게 되는 것이니···.
그렇지만 난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난 처음부터 「빌런」을 꿈꾸었고, 「히어로」를 증오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