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나는 여전히 그와 함께였다.
뜨겁고 긴 해가 저물고,
해변에 나와 앉아 하늘을 바라보면,
세상 모든 것이 우릴 위한 것만 같았다.
바다의 파도 소리와 함께 우리는 늘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때가 좋았다.
서로 아무 말 없이도,
그냥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위로였고,
온 세상이 우리를 밀어주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는 가끔씩 내 손을 잡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손끝이 닿을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떨림을 느꼈다.
그 떨림은 좋아하는 마음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안정감이었을까.
그때는, 그 감정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 떨림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의 손을 잡을 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그와의 대화도 점점 길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우리 사이에 무엇인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어느 날, 그는 말없이 내게 물었다.
“우린 왜 이렇게 변한 걸까?”
그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서로 맞지 않는 점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억지로 해석하려 했다.
우리가 느끼던 설렘과 행복은 사실,
조금 더 나은 날을 바랐던 불안의 덩어리였던 것 같다.
그 여름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그 해변에서 마지막으로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말없이.
그가 내 손을 놓자,
나는 그동안 쌓였던 모든 말들을 떠올리며, 그저 웃었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었어,’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 여름은 끝났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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