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이었다.
나는 우산을 일부러 챙기지 않았다.
그가 매일 서 있는 그 골목, 그곳을 지나가고 싶었으니까.
― 또 비 맞고 다녀요?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면서, 작게 말했다.
― 비 맞는 거 좋아해요.
그는 내 말을 듣고 웃었다.
― 거짓말.
나는 그 웃음이 좋았다.
그 웃음 때문에, 나는 매일 우산을 안 챙겼다.
그런데 그날 이후, 비가 오지 않았다.
1일, 2일, 3일, 4일···
그리고 그가 다시 나타난 건, 첫눈이 오던 날이었다.
― 이번엔 눈 맞고 다녀요?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내가 비쳤다.
― 눈은··· 같이 맞고 싶었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하지만, 따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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