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4 23:19•조회 103•댓글 4•Y
우우우—.
지하철의 모터 소리가 낮고 길게 울렸다.
이 지하철 속에선 모든 것이 평온을 찾은 듯 고요했다. 다들 자신의 것만을 해나가고 있을 뿐, 굳이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돌아다니지는 않는 곳.
어쩌면 조용한 곳을 찾는 누군가에겐 합리적인 장소였다.
예를 들면, 나 같은.
분명히,
그 고요함이 좋다고 여겨 차가운 봉에 기대고 있을 때 그가 나타났다.
“여기 자리 있죠?”
싱글벙글한 그의 웃음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기 전에 이미 그는 내 옆자리에 앉아버린 뒤였다.
“저희, 카페에서 봤었죠? 되게 우연이네요.”
“아… 네. 그러게요.”
귀찮았다. 난데없이 찾아와 말을 거는 그가 당장이라도 제 갈길을 찾아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 와중에 지하철 속 다른 이들을 생각하기라도 하는건지, 그의 속삭이는 목소리는 내 귀에서 진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는 이런 내 반응에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조용한 데? 좋아하시는 건가. 맞아요?“
”어디든 상관 없는데, 왜요?“
찾아와서는 나의 이것저것을 캐묻는 그에게 질문했다. 어째서 묻는 것인지, 내겐 그저 황당함이 엄습할 뿐이었다.
”아… 그쪽은 괜찮을 것 같아서요. —“
”네? 뭐라고요?“
순간 목소리가 커져버렸다. 쳐다보는 다른 이들에게 고개를 작게 숙이고는 다시 그를 흘겨보곤, 왜인지 모를 미소를 짓는 그가 이상하다는 듯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그는 그저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 간단히 말을 끝내버렸다. 불안함을 가득 심어놓고서, 그렇게우리의 대화는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다.
내 궁금증은 해결하지도 못한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게 되었다.
*
괜히 실수할 뻔했나, 순간 방심한 건지 입 밖으로 말을 내뱉어버릴 뻔했다.
‘그쪽은 괜찮을 것 같아서요. 내가 무얼 하든.‘
그래도 실수를 저지른 것은 아니니, 또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신이 난 상태였다.
어쩌면, 언제까지고 보게 될 둘의 사이를 직감하기라도 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