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女轉變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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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30 21:29조회 108댓글 7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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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있었다. 온몸이 찢기고 긁혀도 계속 나는 발을 놀렸다. 그들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또한, 나는 내가 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믿는 이상한 신이 말했다고 했다.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쳐야 대대손손 마을이 평안하다, 라고.

*

– 헉, 허억...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채로 체감상 약 20여 분을 사정없이 달렸다. 수도 없이 넘어지고, 횡격막이 아프다 못해 쓰라릴 정도로 뛰었건만 어째서 아직 그들이 나를 찾는 횃불이 보이는 것일까. 그들의 횃불이 보이는 순간 나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절망감에 빠졌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데, 아직 그들의 발치에 있다니. 하긴, 고작 10살 남짓한 아이가 달려봤자 얼마나 달리겠냐만은.

– 아델린 세레나! 당장 이리 오지 못해!

저 멀리서 그들의 대장이 나를 향해 외쳤다. 다행히 몸집이 작은 덕분인지 어디 있는지는 모르는 모양.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지금 여기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는 것. 어차피 그들은 횃불 때문이라도 숲 깊이는 들어오지 못할 것이었다. 이럴때는 내 빠른 두뇌가 참 자랑스럽다니까. 저런 멍청한 놈들.

– 뭐, 뭐야...

도무지 달려도 빛이 보이지 않았다. 도시가 보이지 않았다. 체감으론 40분을 넘게 달렸는데, 빛은 커녕 새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두려움에 절어갈 때 즈음, 저 멀리서, 아주 희미한, 거의 회색으로 보일 듯한 그런 빛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내 검은 동공엔 그 희미한 빛만이 비쳤고, 나는 그 빛을 향해 쭉, 손을 뻗었다.

– 빛, 빛이다... 빛이야. 빛이라고!

발걸음과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아 그들은 이미 본인들의 터로 돌아갔을 터. 나는 또 달렸다. 이번엔 장밋줄기가 내 다리를 휘감아 수십 개의 생채기 선이 생겼고, 바윗돌에 몇 번 걸려 넘어졌다. 무릎도 아마 여러 차례 까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앞에, 빛이 있으니까... 빛만 보고 달리면 되니까.

– 아, 안돼...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눈과 다리가 풀리고, 온몸에 힘이 빠져갔다. 여기서 못 버티면 나는 산에서 혼자 40여 분간 달리다 무리해 죽은 미치광이가 될 뿐. 그런 멍청한 이유로 신문에 실리긴 싫었다. 분명 그들에게도 보일 터인데.

– 얘, 괜찮니? 얘!

눈 앞에 사람이 있다. 이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한 마디로 내가 살 수 있다. 근데, 근데... 눈이 떠지지 않았다. 나, 아델린 세레나... 이대로 멍청한 사유로 죽는건가. 몸에 힘이 빠지며 나는 곧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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