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한밤의 강 위를 달리고 있었다.
창문 너머 불빛들은 한 줄기 유성처럼 스쳐갔고,
나는 그 빛들이 내 속에 잠든 무언가를 깨우는 것
같아 가방 끈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심장은 스스로 북소리가 된 듯 요란했고,
두려움은 물처럼 가득 차 발목까지 차올랐지만
묘하게도 그 공포는 설렘과 닮아 있었다.
아마 청춘이란 이런 것이겠지 —
내가 붙잡아온 꿈들은
이제야 막 눈꺼풀을 비비며 깨어나는 듯하다.
그러나 그 꿈들은 현실과 맞닿자마자
바람에 불린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남은 건 내 발밑에 흩어진 모래알 같은 초라한
다짐뿐이다.
첫사랑의 기억은 여전히 내 등을 민다.
아무 말 하지 못한 채 웃던 그날,
가슴은 내 안에서 작은 새처럼 날개를 퍼덕였고,
나는 그 새를 놓치지 않으려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쌌다. 하지만 새는 결국 날아가 버렸다.
친구들이 큰 소리로 웃을 때
나는 그 웃음이 어쩐지 멀게만 느껴진다.
모두 같은 강을 건너는 것 같지만,
나는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는 기분이다.
이 불확실한 길은 언젠가 끝나겠지.
그 끝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날 것이다.
그날의 나는 오늘의 나를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그때가 와야 비로소 나는 내가 될 테니.
새벽이 밝으면
어제의 나를 한 줌씩 놓아줄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오늘 밤만큼은,
내 안의 불안이 뛰는 심장과 함께 달려가도록 두겠다.
그 떨림이 사라지면,
그때는 정말로 내가 어른이 되어버린 걸 테니까.
그런게 청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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