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공기는 차가웠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은 내 살을 스쳤고 이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듯 했다.
집 안은 답답했고, 잠은 잘 오지 않았다.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걸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걷는데 가로등 불빛 아래, 발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늘 같은 시간, 같은 길목에서 마주치는 사람.
오늘도 그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왜 걷고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냥 그만의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무시했다.
"오늘도 안 주무시네요."
작은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네, 그냥 걷고 있어요."
말끝을 흐렸지만, 어딘가 편했다.
둘은 말없이 걸었다. 혼자 걸을 때보다 어딘가 기분이 더 나아졌다. 왜 매일 밤 걷는지, 서로가 누군지 아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냥 걸었다.
각자의 발걸음이 맞춰졌다가, 가끔 뒤처졌다.
그 간격이, 이상하게 가까워지며 각자의 발걸음은 하나가 되어있었다.
공원을 한바퀴 돌고 가로등 아래, 바람이 불었다.
눈빛이 찰나에 스치고, 숨소리만이 밤을 채웠다.
"좋은 밤 되세요."
정적을 깨고 그가 말을 건네었다.
짧지만 따듯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네, 안녕히."
우리는 서로에게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혼자였지만 걸음마다 마음이 가벼웠다.
오늘 밤 서로가 서로에 작은 위안이었음을 느꼈다.
@ne0n. 맘에 안 들어요!!
https://curious.quizby.me/ne0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