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求愛/拘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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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3 15:14조회 150댓글 6사유
삼경을 넘기고서야 겨우 눈을 감았으나,
다시금 너의 이름 석 자가 떠올라 내 잠을 깨우는구나.
가슴속 어딘가가 먹먹히 저려오는 이 감정이 과연
사랑인지, 그리움인지, 아니면 부끄러운 미련인지—
내 스스로조차 분간이 되지 아니하니,
참으로 어리석은 나로다.

너를 처음 본 날은 마치
오래도록 덮어둔 책을 다시 펼치는 것 같았노라.
잊힌 줄 알았던 설렘이, 먼지 낀 채 남아 있었음을
너는 내게 알려주었고, 나는 이 어리석은 마음을 다해
너를 향해 구애하였도다.

꽃이 필 때를 알고 피듯, 나는 때가 이르렀다 여겼고
별이 저물 무렵 비로소 뜨듯,
너도 나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 믿었더랬다.

그러나—
이 어리석은 나는 미처 알지 못하였도다.
내게 있어 너는 그리움이었으나,
너에게 있어 나는 그저 거리낌이었음을.

너는 나를 향하여 미소 짓지 않았고,
내 마음의 무게에 네 눈빛은 자꾸만 고개를 돌렸으니—
이 어찌 구애가 아니겠는가.

내 말이 너의 귀를 막고,
내 손길이 너의 숨을 조였으니,
나는 너를 사랑했으나,
동시에 너를 괴롭히고 있었던 게로다.

그리하여 나는 깨달았노라.
사랑이란, 단지 가슴이 뛰는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요,
상대의 자유를 허락하지 못하는 사랑은,
결국 또 다른 이름의 속박이란 것을.

나는 너에게 구애하였으되,
너는 나로 인해 구애받았나니,
이 둘이 비슷한 소리로 엮였음이
어찌 우연이라 할 수 있으랴.

오늘도 나는 너를 그리워하나,
더는 너를 힘겹게 하지는 않으리라.

사랑은 나의 몫이되, 자유는 너의 몫이어야 하니,
나는 이 구애의 감정마저도,
조용히 너로부터 걷어가리라.

허공에 흩어지는 이 감정이
비로소 사랑이라 불릴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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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求愛: 구애
⇒ 이성에게 사랑을 구함

・拘礙: 구애
⇒ 꺼림칙하거나 어색하여 마음에 거리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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