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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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6 20:55조회 24댓글 11919
#1

“오늘 나 좀 멋졌지? ㅋㅋ”
새파란 하늘.
“ㅋㅋㅋ 날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지만—”
이젠 들릴 리 없는 목소리와,
같이 밟던 노을빛 잔디.
한 발자국만 더 떼면 닿을 것 같았던 등과
나와 함께 그 등을 향해 달렸던 너.

“얘.. 얘들아..”

-

”얘들.. 아;”
눈을 뜨니 보이는건 빛나던 하늘이 아닌 익숙한 천장이었다.
“아니.. 또 그 꿈이야.”
나는 이불을 꽉 움켜쥐며 머릿속에 재생되던 옛 기억을 되짚었다.
’ -날 따라오려면 멀었지만-’
머릿속에서 같은 대화만 계속 되풀이되었다.
”.. 없는 사람 생각하면 괜히 더 우울해져!“
활기찬 척 침대에서 일어나다 다시 털썩 누워버렸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연기할 필요 있나.‘

띵동—
익숙한 초인종 소리가 나를 망상속에서 끄집어 내었다.
”나가요—“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현관문 앞에 섰다.
어쩌피 저 너머에 있을 사람은 한명 뿐이었다.
덜컹—
”야 주진희, 왜이렇게 늦었어?
임무 나왔대. 빨리빨리 움직이자구.”
시을이가 대충 묶은 갈색 머리칼을 휘날리며 현관문 앞에 서있었다.
“나가요 나가—”
나는 수첩과 가방을 매고 시을이를 뒤쫒았다.

“야, 근데 나 오늘 루인이 꿈 꿨다? 3연속이야.. 컨디션만 다운됐어.“
앞서가는 시을이의 후드 자락을 붙잡으며 한탄했다.
”…또?“
단답이었다. 괜히 꺼낸 말인걸까.
”뭐, 컨디션은 임무 하면서 올리면 되지—“
말을 주워담으려던 찰나 시을이 대답했다.
“응.. 히히“
대충 대화를 얼버무린 후,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피어났다.

그대로 임무 장소까지.
참다 못해 내가 먼저 입을 떼었다.
”이번 임무, 쉬운건가?“
시을은 어깨를 으쓱 했다.
”몰라? 상급 악귀긴 한데 우리 정도면 뭐—“
시을이의 농담 섞인 말을 시작으로,
어색한 공기는 깨지고
우리는 수다를 떨며 준비를 끝마쳤다.

-

”와— 이번에 합 맞춘거 꽤 괜찮았다, 인정?“
시을이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네가 다 했지 뭐, 헤헤“
나는 웃으며 앞면에 ‘퇴마 노트‘ 라고 끄적여진 수첩을 펼쳤다.
”흠.. 노트에 뭐라 쓰지 기억이 안 나.“
나는 볼펜만 딸깍거리다 시은이에게 말했다.
”나도. 그냥 휘리릭 해서..“
“아아아 이러다간 오늘도 기록 밀려.
방에서 쓸 테니까 방해하지 마라—“
나는 재빨리 노트를 들고 휴게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으음.. 그러니까..“
‘오늘은—’
스윽.
볼펜을 집어들고 획을 그은 찰나.
“어?”
아주 짧은 시간동안, 모든게 멈췄다.

그 순간, 소름끼치는 감각과 함께—
손 끝에서부터 차가운 무언가가 피부를 타고 올라왔다.
모든게 희미해졌다. 속이 메슥거리며 눈 앞이 온통 까맣게 물들었다.
그리고 온 힘을 쥐어짜내 눈을 떴을 때,
공책에는 내 손으로, 하지만 다른 사람의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다.

’안녕?‘

………………………………………

여러가지 써 보는 중이에요~
요것도 반응 좋으면 시리즈화 가 볼게용
헤헤 많관부 v(*v*)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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