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좋아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느 날 느닷없이 시작된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불어나 있었다. 소리가 없는 눈처럼 조용히 내려앉더니, 결국에는 내 하루 전체를 뒤덮어버렸다.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말하지 못한다. 좋아한다는 말 하나가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입술은 수없이 움직이지만 목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는다. 그렇게 여러 번 삼킨 말이 가슴 아래에 고여버렸고, 그 고인 마음이 나를 오늘도 당신 곁으로 떠밀었다.
당신은 아마 모를 것이다. 내가 왜 하필 당신이 툭 던진 농담마다 과하게 웃는지, 왜 당신이 자리를 비우면 괜히 고개를 들어 그 방향을 바라보는지, 왜 건네받은 종이컵 하나조차 버리지 못하고 책상 구석에 세워두고 있는지. 당신은 모르겠지. 그리고 나는 알려줄 용기가 없다.
좋아한다는 말. 그 말 한마디를 건네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조용히 쌓아올린 모든 시간이 무너지게 될 것 같은 기분이랄까. 혹시 당신이 웃으며 받아주지 않을까 봐, 혹시 당신이 멀어져버릴까 봐, 나 혼자 만들어온 이 고요한 행복이 산산이 깨질까 봐. 그래서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말하지 못하는 쪽에 가까웠다.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이 멈추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선명해지는 감정도 있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말로 설명할 자신은 없지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풍경들이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당신이 내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균형이 맞춰지는 순간, 카페 유리창 너머로 당신의 뒷모습이 보이면 이유 없이 발걸음이 느려지는 순간, 핸드폰 연락처에 당신 이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조금은 친절해 보이는 그런 순간들.
나는 아마, 안 들리는 말들로만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 말 없이 당신 곁에 서 있을 것이다.
당신이 내가 있는 줄도 모른 채 웃고 떠드는 그 공간 안에, 나는 여전히 조용히 머무를 것이다.
당신의 하루에 내가 끼어들지 못한다면, 그 하루의 배경 정도라도 되고 싶어서.
혹시 언젠가 내 존재가 당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모른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오래전부터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조용히 웃어준다면. 그거면 된다.
나는 오늘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내 진심을 가장 또렷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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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질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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