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은, 유난히도 잔혹한 계절이었다.
한낮의 태양은 모든 생명을 태워 말리려는 듯 작정한 불덩이처럼 이글거렸고, 생기를 잃은 대지는 깊게 갈라져 마치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싱그러웠던 푸른 풀잎마저 누렇게 시들어 바싹 말라갔고 그 절망적인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메마르게 만들었다.
눈에 비치는 모든 풍경은 마치 세상이 타들어가는 비극의 서막과도 같았다. 청량한 소나기 한 줄기조차 허락되지 않는, 모든 희망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화염과 다를 바 없었다.
강물은 메말라 바닥을 드러냈고 아무리 깊이 우물을 파도 흙먼지만이 풀썩이며 올라올 뿐이었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어느새 차가운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린 영혼들은 그 맹렬한 기세 앞에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갓 피어난 꽃망울처럼 여린 그들의 꿈은 타는 듯한 볕 아래 속절없이 한 줌의 재로 변하였고, 한때 찬란히 빛나던 눈빛에는 차마 숨길 수 없는 깊은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위안을 얻으려 한들, 뜨거운 열기 앞에선 그마저 무력한 그림자놀이에 불과했다. 다정히 오가던 말들은 목마름에 갈라진 목소리가 되어버렸고 한때 밝았던 웃음소리는 이내 쓰디쓴 한숨으로 바뀌어 허공에 흩어졌다.
밤이 찾아와도 뜨거운 기운은 쉽사리 가실 줄 몰랐다. 달빛은 병약한 환자처럼 창백했고,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들마저 그들의 쓸쓸한 몰락을 비추는 듯 애잔하기 그지없었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저마다의 가느다란 숨소리만이 불안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고요는 더 깊은 고통이 되어 스며들었고, 청춘의 들판은 속절없이 황폐해져 갔다. 한때 싱그러웠던 영혼의 숲은 그렇게 끝없이 스산한 황야로 변모하고 있었다.
사랑도, 열정도, 미래에 대한 설렘도, 이 모든 것은 그 뜨거운 여름의 심장 속에서 맥없이 바스러져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오직 아련한 잔상으로만 존재할 희미한 기억들뿐이었다.
그리하여 여름은 산산이 부서져 내렸고,
그 속에 갇혔던 청춘 또한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잔혹하게 몰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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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애 || 고통의 여름, 영혼 속 깊이 남겨진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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