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The d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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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7 07:32조회 26댓글 1서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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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인간은 수인과의 만남을 적대해왔다. 수인은 그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라며 마을에서 매몰차게 몰아내는 바람에, 몇 백 명의 수인 주민들은 아주 조그마한 땅에 모여 갇히다시피 살았다. 그 마을의 문턱에서 한 발짝이라도 내딛는 순간, 상상도 하기 싫을 끔찍한 법이 기다리고 있었고, 당연히 이런 수인들은 인간을 싫어했다.

수인들은 인간에 대한 암호를 비밀리에 ' 한비자(춘추•전국 시대에 법가를 내세웠던 제자백과들 중 하나.) ' 라 불렀다. 하지만 수인의 마을과 인간의 마을은 거의 몇 십 킬로미터가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간들이 수인들의 암호를 알리가 없었다.

– 한비자 새끼들... 지네들은 편하게 곡식도 과일도 먹는다지?!

수인들의 마을은 정말 척박했다. 땅은 농사가 되지 않는 메마른 가뭄이었으며, 농사에 쓸 물은 커녕 마실 물조차 부족했다. 농사를 위해 필요한 씨앗을 살 돈 따위는 없었고, 집도 상상이상으로 좁아 조그마한 화분도 기를 수 없을 정도였다. 수인들은 입버릇으로 ' 망할 한비자 새끼들 ' 을 달고 살았다. 온 동네는 자식에게 음식을 주지 못해 굶어 죽는 것을 보고 소리지르는 곡소리로 가득찼고, 인간들은 그런 수인들에게 일말의 돤심도 없었다.

– 으흑, 흑, 연수야... 여보, 우리 연수가... 흑...

그 중에서도 ' 연수 사건 ' 은 정말 유명했다. 인간 마을에서도 암암리에 소식이 전달될 정도로, 정말 유명했다. 소문에 따르면,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너무나 배고파 먹을 것을 계속 찾던 연수는 죽을 지경에 처하자 집 기둥 아래를 파 흙을 줏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

– 형님, 그래서 그 연수네 어미랑 아비는 어찌 되었답니까? 죽었습니까?

– 그건 비밀이야, 임마. 다음 화를 기대하라고! 허허.

나는 인간입니다. 우리 형님도 인간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수인에 대해 자세히 듣고,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 형님의 공입니다. 왜냐하면 형님은 인간 마을에서 단 3명만 가지고 있는 아주 특수한 직업, 수인 관리사를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인 관리사. 말 그대로 수인들을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달이 뜰 때 즈음, 형은 집 밖을 나섭니다. 가끔 보름달을 보면 공격적인 증세를 보이는 수인들도 있기에, 형님은 철옷을 입고 단단히 채비합니다. 수인 관리사가 없을 시절에, 멋대로 수인 하나가 마을 문을 넘고 난동을 부린 사태가 있었다고 형님은 말했습니다. 그래서 수인 관리사가 되었다고...

– 형님... 나가십니까...? 졸리웁진 않으십니까...?

내가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나자 형님은 용감한 말투로 말합니다.

– 아우야, 좀 더 자거라. 내 내일 아침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터이니, 걱정 말고 어서 잠들거라.

– 형님... 저 여기서 잘 자고 있겠습니다... 내일 꼭 돌아오세요.

그리고 형님은 다음날 새벽녘이 채 뜨기도 전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물론, 온 몸이 갈기갈기 찢긴 상태로요.

– 형님...?

형님은 고통에 몸부림 치지도 못한 채로 손가락만을 바들바들 떨어대며 쓰러졌고, 그 기억은 어린 날의 제게 아주 큰 정신적 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우리집에 고약한 내가 나는 나뭇가지들을 잔뜩 들고 온 흰색 소복 차림의 어떤 사람이 어머니 옆에 누워있는 형님을 보며 말했습니다.

– 죄송합니다... 아드님은 그만...

그 후에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저 형님 옆에서 눈물, 콧물 다 뽑아내며 울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 밖에는. 나중에서야 형님이 가셨다는 것을 들었을 때, 저는 한 발 늦게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아아, 형님은 과연 좋은 곳에 가셨겠지요...

– 어머니, 어머니... 저는 이제 형님을 볼 수 없는겁니까? 형님... 아아, 내 형님...

나는 형님의 유골함을 품에 꼭 안은채 형님이 그리 좋아하시던 끝 마을 부둣가로 향했습니다. 형님은 저와 하루가 멀다하고 끝 마을 부둣가에서 낚시를 줄겨하곤 했는데... 이젠 형님의 낚시대조차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 이제 네 형님은 없다, 감아. 넌 이제 혼자 멋진 어른이 되어야 해...

어머니는 견고한 듯 내 두 팔을 붙잡고 말했지만, 어머니의 손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애써 모른척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제게 형님 따윈 없습니다. 그저 부둣가에 흩뿌려진 형님의 유골 빼고는.

*

형님이 없는 일상은 너무나 지루했습니다. 형님이 매일 깨워주던 아침, 형님이 항상 차려주던 점심을 지나, 형님이 매일 밤마다 해줬던 수인 마을 이야기가 계속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연수네 어미와 아비가 어찌 되었는지는 아직 듣지도 못했는데. 아직 더 듣고 싶은 수인 마을 이야기가 많은데, 형님은 뭐가 그리 급하시다고 일찍 가신걸까요, 아아...

그리곤 점점 화가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간 큰 수인이 감히 우리 형님을 해하였단 말입니까? 나는 성인이 되면 꼭 그 수인을 찾아 다리를 분질러 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게 1위 보물은 형님이었습니다. 내가 속상했을때, 내가 행복했을때, 내가 화났을 때에는 모두 형님이 있었습니다. 나는 도무지 형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

형님이 떠나간지도 어느덧 몇 십년이 되었습니다. 나는 성년이 되었고, 수인 관리사를 하기에 충분한 나이입니다. 내게는 아내와 세 살 난 아들내미가 있고, 이렇게 내가 행복한 가정을 이룬 것은 모두 우리 형님의 공입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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