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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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9 18:46조회 12댓글 0유하을
아침마다 나는 같은 거리를 걷는다.
학교로 가는 길, 습관처럼 늘 보던 간판, 늘 보던 벽돌 담, 늘 보던 사람들의 발자국.
그런데 그날, 단 한 가지가 달라져 있었다.

내 그림자였다.

햇빛 아래 늘어져 있던 내 그림자는, 분명 내 몸의 모양과 같아야 했다. 그런데 그것은—나보다 한 발 먼저 걸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착각이라 생각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그림자는 분명히 내 걸음보다 반 템포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야, 너… 왜 먼저 가?”
농담처럼 중얼거려봤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 말은 공기 속에 가라앉았다.

그날 이후로 그림자는 점점 나와 어긋나기 시작했다.
내가 오른손을 들면 그림자는 왼손을 들었고, 내가 뒤돌아보면 그림자는 앞으로 달려갔다. 심지어 나는 교실에서 앉아있는데, 창문 유리에 비친 그림자는 서 있었다.

밤이 되자, 그림자는 방 안의 어둠 속에서 분명히 눈을 떴다.
어둠은 빛이 없으니 그림자가 있을 리 없는데도, 창문에 비친 검은 형체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도망치듯 불을 켰다.
순간 그림자는 사라졌다. 하지만 책상 위 공책에, 분명 내 글씨가 아닌 문장이 남아 있었다.

“내가 네 자리를 찾으러 간다.”

다음 날 아침, 집을 나서며 나는 바닥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길바닥에 비친 내 그림자는… 더 이상 내 모습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제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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