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음은 꽃 하나를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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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2 15:29조회 121댓글 2Y
너는 떠나갔다.
그 어두운 관에 누워 잠들었다.
눈을 감은 네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싫었음에도.

나는 너의 의도 없이도
너의 사랑에게 버림받았다.

너를 떠나게 되었다는 고통,
더 이상의 사랑을 속삭일 수 없다는 고통은
내 마음을 흔들었다.

넌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높고 높은 구름 위의 공간일까,
아니면 고요한 곳 어딘가일까.

그곳의 너는 웃고 있을까,
또는 울고 있을까.

믿기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내 앞에서
웃어줄 것 같은데.

기다림 끝에 날 안아줄 것 같은데.

다시 만나려면,
계기가 있어야 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아네모네를 피웠다.
보랏빛의 아네모네는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지만 너의,
또는 나의 눈물에 향이 적셔진 듯
향 따위 나지 않았다.

무향의 그 꽃은
다시 한번 그리움을 불러내었다.

어쩔 수 없던
그 짧은 청춘을 지내다
모두를 떠나가야만 했던 널 향한 그리움은.

사무치도록 아팠다.

시간은 흘렀다.
봄이었던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왔다.

조금은 쌀쌀맞을지도 모르는 바람마저
공기를 휘어잡았다.

그런 계절 속에서 내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건
보라빛의 아네모네였다.

그 아네모네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 내렸다.

아네모네를 보며 느끼고 있었던
내 그리움은,
내 기다림은

끝맺을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서
겨울이 되고,
그 계절도 거의 끝나갈 무렵

아네모네는 시들어버렸다.

내 그리움을 가득 담았던,
내 기다림을 함께 했었던.

그 아네모네는 내 기다림이 끝맺기도 전에
먼저 시들어버렸다.

난 먼저 떠나간 아네모네를
아쉽다는 그 허황된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 순간에도 너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계절이 끝나버린 후
항상 그 자리에 있던 아네모네는 없었다.

하지만 아네모네는
여전히 내 마음 속에 향은 없어도 아름다운
그런 보라빛 꽃으로 여전히 피어있었다.

너의 부재가 내게 남긴,
다 끝난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은
나의 그리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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