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⁴ (花園)
꽃을 심은 동산.
화원⁷ (禍源)
재앙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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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경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드는 이곳은 꽃을 심어둔 동산, 화인들이 사는 화원이다. 화원에는 오직 화인들만이 살고, 그 밖에는 충인들이 많이 보일 터였다. 화인들의 몸 속에는 피가 아닌 꽃물이 흐르고 화인들은 각기 다른 꽃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충인들은 대개 나비나 벌과 비슷한 모습이다. 그리고 나는 흰 튤립 화인, 엘버스이다.
화원은 오늘도 평화롭다. 검은 장미 화인인 나의 친구 벨리나와 나는 한창 꽃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화원에는 꽃물을 마신 충인들이 폭주한다는 소문들이 돌고 있다. 물론 나는 안믿지만... 꽃물이 가득한 꽃이 피는 화원은 충인이 오는것을 강하게 막고 있고, 이로 인해 충인들은 불만을 제기한지 조금 되었다.
"충인들이 조금 불쌍해."
"그렇지, 아무래도. 믿을리 없는 이상한 소문에 화원에도 못 오게 되었으니."
화원에 화인만이 살게 된 것도 이 소문 때문이였다. 별 볼일 없는 소문이 이렇게 퍼지게 된건 소문을 좋아하는 루모르 때문일 터였다. 해바라기 화인 루모르는 자신의 친구인 충인 아실리가 좀비가 된 것 같다며, 폭주중인 친구로부터 간신히 도망쳤다는 이야길 했다. 평소 유언비어를 그리도 많이 퍼트렸던 루모르의 말을 화인들은 믿고야 말았다. 나와 벨리나만 빼고.
"벨리, 밖에 나가보지 않을래?"
"밖에 나가는 건 화인들이 제한하고 있잖아. 아마 못 갈텐데..."
"벨리가 도와준다면 갈 수 있어."
"...알겠어, 엘버스. 한 번만이야."
벨리나가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의 계획은 이러했다.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각 화인들의 눈을 피해 화원을 빠져나가는 것. 그러나 우리는, 그 날 밤 화원을 나가서는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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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을 빠져나가자 충인들이 가득한 도시가 펼쳐졌다. 화원과는 색다른 모습에 놀란듯한 벨리나였지만, 나는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였다. 밤임에도 차가 지나다니는 이 곳은... 신세계였다.
"저것들 화인 아니야?"
"정말이네, 화인이야."
"화인이 어떻게 여길 왔지?"
그 때, 충인들이 수군거리는 도중 한 충인의 큰 목소리가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했다.
"쟤네가 지금 화원에서 나왔다는 건, 우리 충인들도 화원에 들어갈 수 있다는거 아냐?"
"맞네, 가보자. 화원에 못 가본지 너무 오래됐어."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눈에 비쳐지지 않았다. 그저 걸리적거리는 방해물일 뿐이였고, 충인들이 우리를 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벨리나가 넘어졌다. 잔디가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진 건 처음이였던 벨리나였기에, 벨리나의 무릎에서는 꽃물이 나왔다. 그리고 그 바람에 꽃물의 향을 맡은 충인들은... 모두 화원으로 달려갔다. 벨리나가 내게 원망스럽다는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우리 어떡해? 큰일 난 거 아냐?"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별 일 없을거야..."
그리고 내 말은, 정확히 틀렸다. 그 날 밤 충인들은 소동을 부렸고, 꽃물이 가득한 화원은 아수라장이 되었으며 화인들의 대부분은 피해를 받았다. 말로만 피해를 받은 것이지 시들어버린게 대다수였다. 불쌍한 화인들. 화원의 꽃물은 충인들을 폭주시켰고, 그런 충인들의 눈에 화인은 꽃물 덩어리일 뿐이였다.
그 날 밤의 화원(禍源)은, 화원(花園)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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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3
By. 유하계
새벽집의 세번째 에피소드
집착, 인어에 이어 화원이 나왔습니다 ♡
화원이라는 단어를 본건 약 2년 전이였는데
소재를 고민하다보니 이제서야 적어본 단편이에요! 재밌게 봐주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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