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그늘, 그리움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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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4 18:49조회 52댓글 0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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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밤공기가 하늘 아래를 부유하듯 맴돌았다. 차갑게 남은 한숨을 푹 내쉬다가도 눅눅한 이 공기에 불편함을 표할 뿐. 여름이 오니 이마 옆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의 감각에 익숙해져 있었다.

오늘은 무척이나 덥고 눅눅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걸음마저 슬며시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야옹, 야옹 울어대는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밤의 적막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옆에 보인 건 까만색의 작은 고양이였다. 나는 그 고양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작은 흔들림에 잠시 바라보던 고양이는 곧 자리를 피했다. 나는 바라만 보았고, 고양이가 지나간 곳과 함께 흘렀던 풀의 바스락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네가 떠나간 날이라 그런지 더욱 주변의 감각을 찾는 것 같았다. 너의 그 한 마디가 여전히 내 귀를 맴돌고 있었으며, 도통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테이프를 재생한 것만 같아서.

- 미안해, 미안.

몇 번이고 너는 내게 사과를 읊조렸다. 저 입에서 내게 들려주었던 말들에는 사랑이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또 다정하였다. 언제나 듣고 싶던 말들을 아낌없이 내뱉어 주었던 너의 속삭임은 나를 떠났다. 그래, 그것에 영원을 말할 수 있었다. 듣지 못하게 될 기간은 영원히, 나는 그 영원 속에 갇혀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이 공기 속 잠겨 있다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가는 사무치는 네 그리움을 쉽게 떨쳐내지 못할 것만 같아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서 그리움이라는 공기에 가라앉을 것만 같아서. 어쩌면 이것조차도 너를 위한 용기라 불러도 될까.

그렇게 한 철의 여름 속에서 나는 다정하게 다가온 사랑을 하였고, 그 끝엔 용기가 잇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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