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curious.quizby.me/Yeah…꽃이 피는 것을 시샘한다는 게 안쓰러워. 다들 꽃이 피기만을 간절히 기다릴 때, 아무도 자신이 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으니까 상심이 크겠지. 제 자리를 잃는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마지막 발악인 거야. 매년 마중 나오는 사람 하나 없지만, 올해는 다를 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서. 너도 심술에 다치지 않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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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서 찰나의 순간을 저와 함께 한다는 것에 기쁘다 생각하신다면 이곳이 적막만 감도는 곳이 아니라 황무지여도, 전 행운이라 여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 세계엔 꽃이 많은 편입니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해 여기저기 씨앗을 품어 놓았으니까요. 살랑이는 바람에 몸을 맡겨 보셨나요? 꽤나 기분 좋은 일이니 경험해 보시지 않으셨다면 해 보시고 말씀 해 주세요.
ㄴ > 줄곧 염망했었지. 내 키를 훌쩍 뛰어넘는 델피니움의 꽃대를 안아보는 거 말이야. 축축한 비강은 한시도 마를 세가 없는데, 비연초만 보면 넋을 놓으니까 사뭇 곤란하네. 지구는 덥고 머리도 뜨거운데 몸뚱어리는 가히 염려될 정도로 싸늘해서 연중 몸을 가만히 뉠 수가 없어. 살짝 열린 창문 틈새로 미약한 바람이라도 들어오는 날에는 허약한 육신 솜이불에 감추고 덜덜 떨기 일쑤니까. 간밤 여름내 감기 앓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어. 당신도, 나도. 그 무렵에는 돌풍에도 굳세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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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어.
ㄴ> 계절은 바뀌는데, 너만 우두커니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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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은 영원 같은 기분 들더라. 뒤돌아보았을 때 발자국 안 남는 이가 어딨을까. 시작과 끝은 만날 수 없는 것이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지. 그리 돌고 도는 것들이 멍청해 보여. 그리고 그 멍청한 짓을 내가 한다. 맺음은 확실히 하는 것이 좋을까, 유연하게 두는 것이 좋을까. 답을 찾기 너무 어려우니 시작의 점 하나만 두고 갈게.
ㄴ > 불멸한 것은 존재하지 않고, 동시에 어디에나 존재한다. 한 바퀴를 꼬박 다 돌자고 약속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렸지. 고장 난 레코드판을 응시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 거야. 11cm의 끈을 피니스테레에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우주는 넓고, 광활한데 고작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가 섭리를 거역할 수 있을 리가. 우주에서 관측한 너와 나는 작은 점. 그것이 우리의 빅뱅일 것이니. 오전 2시 35분, A joke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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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의 머리칼이 이토록 탐스럽건만 망각에 빠져 장님이 될 수 있을 리 없고, 사공에게 후한 처분을 부탁하며 건넨 금화의 갯수는 열 손가락을 넘긴지 오래라. 애통한 그 이의 인사에 응답하듯 그림자는 흐린 낯의 붉은 입술을 관망하며 관음하리라 이를 악물었으니 강물의 시커먼 머리칼이 성이 나 쪽배를 뒤집을 만큼 요동친다 하더라도 벙어리를 택한 자는 뜻을 무르지 않는다더라. 그렇기에 연호야. 시건방진 그대를 언제 어디나 그리는 눈이 사라졌다 여기지 않기 바라며.
ㄴ> 가이아의 자궁 안에 갇혀 영원히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형벌을 받았으므로 감히 청동의 벽을 뚫고 바깥세상으로 나올 순 없겠지. 청년의 숨을 멋대로 갈취하고,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뗐으니 그 벌이 엄중할 만도. 후폭풍이 두려워 도망갈 궁리조차 못 했으나 죄수에게는 선택권이 없기에 또다시 제자리걸음. 오만방자했던 과거를 깨끗이 세탁하고, 참회하는 태도로 못 잊을 이름 석 자 동굴에 새겼어. 나는 이따금 코끝에 어렴풋이 피어오르는 네 주취 속 체향을 맡고. 책망하시거든 부디 가엾은 영혼의 방황을 심히 고려해 주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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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발걸음을 내딛다가도 물러. 나는 네 손아귀 아래 달려있음을 다음 겨울이 올 땐 알게 될런지.
ㄴ> 한낱 인간이 되어 보이는 것 외에는 있다고 믿을 수가 없으니 뿌리 깊은 불신마저도 당연한 수순이라. 끝내 앞에 너를 두고 단죄를 받게 되는구나. 푸른기 없는 새벽녘, 네 눈을 응망하던 때 한사코 애끓던 나는 참을성이라곤 티끌만치도 없어서 맨발로 활주로를 사정없이 휘젓고 다녔었고, 그때 발바닥에 깊게 박힌 뾰족한 돌멩이는 꽤 오래전 자리를 이탈했음에도 여즉 흉터가 고스란히 존재를 띠고 있는데. 이번 여름을 탈 없이 넘길 수 있을지도 오리무중인 마당에 어떻게 겨울을 보증할 수 있는지. 네 앞에서는 늘 밑도 끝도 없이 미련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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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네모시네
ㄴ> 잔존하는 전생이란 정녕 있는가, 생각하며 눈 질끈 감아도 보이는 것은 온전한 암흑 속 기하학적인 형태 뿐이니. 여기 두 발 땅에 붙이고 서 있기 전에 어디서 무얼 하였는지 알 길이 없고, 지금껏 몇 번이나 어머니의 복중에 잉태되었는지 모른다. 추상적인 것에 의구심을 품고 그녀가 관장하는 연못가에 발을 들인다고 한들 나는 그 물을 삼킬 수 없으니 이 또한 무의미하리라. 갈수록 흐릿해지는 기억 속 실오라기 잡듯 몽중의 엉터리 해석에 의거하여 그가 또 한 번 예지해 주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마태오의 복음서 1장 23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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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조네스
ㄴ> 무심히 도려낸 나의 한쪽 살덩이는 스파르타의 소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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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여인.
ㄴ> 뱃속에서 해면체 소화된 게 천추의 한이야. 주여 내 기도 들으사. 선악과를 따 먹은 남편의 신앙을 삶아 먹었나이다. 여호와의 명령을 듣지 않고 불순종하였으니 저주받아 마땅하옵고. 전지전능하신 주님, 부디 굶주린 사내를 굽어살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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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하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달력이 한 장씩 넘어갈수록 나의 시야는 미시적이고 비관적으로 변해가. 인정을 베풀며 살아가라던 목사님의 말씀과 마른 내 허벅지에 닿았던 그의 홧홧한 손바닥의 온기는 점차 뇌중 흐릿해져서 자꾸만 나를 의심하게 해. 타인으로부터 시작된 불신은 그때부터 끊기지 않고 연결되어 끝끝내 먹히고 말았어. 그렇기에 네게 사탕 따위 쥐어 줄 요량 없고. 설령 네가 아첨할지라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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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적 감추지 않겠다던 말 무색하게 빠른 발걸음. 네...... 스스로의 변덕을 사랑할 수 있길.
ㄴ > 진절머리나? 어떻게 품앗이할 수 있어? 늘 화를 부르는 건 알아. 가슴께를 세게 밀어버리고 눈물 흘리는 쪽이 나라면 너도 어처구니없을 거잖아. 차라리 게워버리는 편이 나았어. 가시를 삼킨 것처럼 목이 따끔거리는 통에 늦지 않게 잠에 들겠다는 나의 다짐은 산산조각이 되어버리고. 약을 목구멍에 발라달라고 할 걸 그랬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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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때는 목구멍에 스스로 약칠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ㄴ> 입술을 열고 혓바닥을 아랫니에 붙여서 목젖을 보여도 손가락을 입천장에 부딪히면 계속 헛구역질이 나와요. 약은 커녕 끈적한 침을 뒤집어 쓰고 따가운 모가지를 붙잡을뿐이야. 사실은 상처는 거의 아물었어. 내가 찾고 싶은 건 구실이야. 삼키지 않을 테니 내 입안에 들어와. 여린 점막을 꾹꾹 눌러보고, 혀의 돌기는 얼마나 튀어나와 있는지 말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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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는 식고 흔적은 닳아. 영원한 건 없더랬지. 당신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몸담았던 공간에는 아직 홈이 파이긴 이르고 색 하나 안 변한 채 그대로야. 하늘을 구만 번이나 올려다볼 수 있을까? 내 붉은 눈과 뻣뻣한 목, 가끔은 뜨거운 햇빛에 얼굴을 찡그리고 요즘은 자주 재채기를 해. 동그란 구름을 보면 어루만지고 싶고 입에 넣고 싶어. 앞으로 하늘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생각해,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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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 감고 손등을 누르니 자국이 말하더라 목전에 둔 가위 바위 보 내기에 붙은 힌트는 내리 가위라고 운명을 점 치는데 이거 어쩔까 보자기로 바꾸고 싶은데.
ㄴ> 당신은 운명을 믿어? 나는 신발에 바스러지는 낙엽 옆에 있던 은행을 간신히 피했을 때, 민들레 홀씨를 닮은 함박눈이 내 콧잔등 위로 떨어졌을 때 운명을 느끼거든. 당신의 결정을 타인에게 위탁하는 것보다 신앙과 믿음이 향하는 대로 정하는 게 훨씬 좋을 거야. 하나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는 거라면 이변은 없겠지. 그래도 손을 내밀지 말지는 당신의 선택이고. 안 내면 무조건 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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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보고 있을 거랬잖아.
ㄴ> 여행을 다녀온 건 나였어. 결국 다시 돌아온 거야. 겨우내 떠돌이 신세를 처분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오래 고여본 적이 없는데도 미동 없이 고요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 네 생각이 이따금 정적을 깼어.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말이야. 이음새가 허술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눈이 하얗게 멀어 말캉한 입술도, 코를 찌르는 체취도, 허리께를 더듬던 손길도 전부 묻어버렸을걸. 내 육신은 사막에 두고 왔으니 이제 향기 따윈 없어. 물론 가시도. 과거의 나에게 인사해. 지금은 어디를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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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철 붉은 입술에 핏기가 가셔갈 줄이야 내가 감히 가늠이나 했겠나.
ㄴ> 성경을 목숨보다도 끔찍이 여기던 시절은 지났어. 탐스러운 입술만 하염없이 응망하던 사내는 여인의 눈이 멀어버린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완전히 사색이 되어선 짐승 몰골이 되었는데도. 두 사람 중에 우매한 건 누구일까? 스스로 자처한 건 피차일반이니 우위를 점칠 수 없어. 그토록 열망하던 도톰한 살덩이를 네게 쥐여줄게. 손아귀에 넣고 으깨버리면 금세 붉어지겠지. 견고하게 다물린 잇새는 두 번 다시 열리지 않을 테니까.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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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냘픈 목덜미가 꿰뚫리면 텅 빈 눈이 향한 고개는 이쪽이 아닐리가. 쥐어 잡아도 미끄러지는 손바닥보다는 턱을 쓸어내리는 온기를 기대하는 건 지금도 변함없다는 거, 알고 있나?
ㄴ> 낭인에게 그 어떤 기대도 품에 안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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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시위를 당기려거든 방향을 정확히 봐야 하는 법이니까.
ㄴ> 퍼덕거리는 맥박에 맞춰 머리통이 지끈거리고 속은 시큼한 위액이라도 토해낼 것처럼 메슥거려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 가끔은 사람의 품이 절실할 때가 있지. 머리칼을 비비고 궁싯거리고 또는 칠칠치 못하게 우는 소리를 내고 싶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닭살 돋은 몸을 수그리고 내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뿐이야. 눈을 감으면 선명해지는 심장 소리. 당신은 눈을 뜨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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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스든 하와든 너라면 그저 좋아. 우리는 자유야. 하늘에는 더 이상 눈도 입도 없어.
ㄴ> 그래, 누가 네게 신앙을 강요했어? 하늘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한 건 내 선택인데, 내가 선악과를 먹고 헐벗은 몸으로 추방된 어리숙한 인간이든 사내라면 전부 입에 넣고 마는 천박하고 육욕에 눈이 먼 악마든 아니면 일개 신학생에 불과한 미련하고 역겨운 연호든 나를 다원적으로 인정해 주어 고마워. 해방이라는 단어는 매일 밤 어두운 방 안에서 기도문을 읊는 내게 정말 어울리지 않아. 나는 맹목적인 것도, 필사적인 것도 아닌데 말이야. 다시 말해. 누가 내게 신앙을 강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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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ㄴ> 함부로 사랑을 말하지 마.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은 저지르는 게 아니야. 그런 말은 뱉고 나면 돌이킬 수 없어지잖아. 나의 무엇을 사랑하는지 읊을 수 있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너의 충동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치기 어린지 생각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천천히 곱씹어 봐. 네 착각을 내게 덧씌우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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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 청춘의 해답은 늘 같은 물살 따라 옮겨가는 강물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기에. 새해의 추억을 먹 묻힌 붓으로 휘갈기고 싶지 않았기에. 이제 전부 그만이다. 기억들은 전부 쓰레기통에 처박았어. 내가 생각하는 낭만 ÷ 청춘은 열여덟의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