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왜 이렇게 신경 쓰이지"

오늘따라 이상하게 집중이 안 됐다.
수업시간 내내, 나는 자꾸만 김하윤 쪽을 힐끔거렸다.
그 애가 웃으면 괜히 나도 따라 웃었고,
비슷한 행동으로 그 애를 알게 모르게 따라했다.

3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
하윤이는 윤서아, 김시연, 이보민이랑 교탁 앞에서 뭘 적고 있었다.

"에이, 이건 예쁘게 써야 의미 있단 말이야~"
"헐~ 그럼 오늘은 내가 대신 써줄게. 너 글씨 너무 못 써!"
"마니또한테 주는 거야? 뭐야~?"

나는 멀리 앉아 있었지만,
그 대화가 무슨 말인지 다 들렸다.

'하윤이도 마니또한테 뭔가 써주는구나.'

괜히 찔렸다.
나도 뭐라도 또 해야 하나 싶은 기분.

강당으로 가는 복도.
모두 체육복 차림으로 움직였다.
나는 하윤이 뒤에서 걷고 있었고,
그 애는 손에 작은 편지 봉투를 쥐고 있었다.

'누구한테 주는 걸까.'
생각하지 말자고 했지만,
그걸 들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체육시간, 배드민턴 자율게임.
나는 현우랑 짝이었고, 하윤이는 윤서아랑 한 팀이었다.

"야, 이서준! 정신 차려, 또 아웃이야!"
"...아, 미안."

나는 계속 공을 놓쳤다. 평소에 잘 하던 롱서브도 계속 실패했다.
눈은 자꾸만 반대편에서 웃고 있는 하윤이를 따라갔다.

그 순간, 내가 실수한 셔틀콕이 하윤의 왼발 앞에 굴러갔다.

하윤이는 허리를 숙여 셔틀콕을 주워주었고,
눈이 마주쳤다.

짧은 시간.
하윤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화이팅~"

나는 그 말에 심장이 튀어나가는 줄 알았다.

그날 오후.
학교가 끝나고, 오늘도 문을 잠궈야해서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나는 하윤이 자리에 아까 끄적거린 편지나 놓고 가려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가방만 메고 나왔다.

'그냥 게임일 뿐이잖아. 근데 왜 이렇게 신경 쓰는 거냐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하윤이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발걸음이 느려졌다.

아무도 모르게 시작했던 감정이,
이제는 나조차 모르게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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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김하윤-[사진]"

주말이 되자, 온몸에 피로가 덮쳐왔다.
침대에 엎드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은 그 애 생각으로 바쁘게 돌아갔다.

김하윤.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어제 들었던 "화이팅~" 그 말 하나에 심장이 이상하게 들썩인다.

‘진짜.. 내가 왜 이러지.’

나는 가방을 열어 어제 고민하다 말았던 편지를 꺼냈다.
흰 종이 위에 몇 글자 끄적이다가, 다시 구겨서 버렸다.
솔직히 너무 오글거렸다.
그냥 간식을 놓는 게 낫나,
아니면 뭐 하나 만들어서 줄까..

폰을 집어들고 인터넷에 '마니또 선물 추천' 검색해서 찾아보다가, 갑자기 카톡 알림이 왔다.

김하윤 - [사진]

눈을 의심했다.
반 단톡에 하윤이가 보낸 거였다.

'..어?'

하윤이가 보낸 건,
수요일에 내가 준 과자 봉투와 음료 사진.
그리고 그 아래엔 짧은 메시지 하나.

"진짜 고마워! 누군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기분 좋아졌어:) 내 마니또 고마워😘"
하윤이의 메세지를 기점으로 우리 반 애들은 지금까지 자기가 받은 선물과 편지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폰을 꾹 쥐었다.
이제 더 이상 ‘게임이니까’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냥, 내가 그 애를 웃게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다.
그걸 알아버렸다.

'다음엔 뭐 하지...'

나는 다시 편지지를 꺼냈다.
이번엔, 그냥 한 줄만 썼다.
"웃으니까 더 예쁘다."

아직 주지는 않았다.
그냥, 주말 내내 그 한 줄을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며 마음을 정리했다.

이 게임이 끝날 땐,
내 마음도 함께 끝나게 될까.
아니면, 그때가 시작일까.

나는 아직 그걸 모른다.
너도 아직 그걸 모른다.

언젠가, 진짜 언젠가 우리 둘 다 알게 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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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하루에 두 편씩 올릴게요.
제목이 너무 긴 것 같아, 앞으로 소제목은 같이 안 올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