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2 01:23•조회 90•댓글 4•mnoe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 레몬 향 같은 너의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 햇살을 머금어 연한 갈색으로 빛나던 네 머리카락, 그리고 그 너머로 일렁이는 푸른 수평선.
그때의 우리는 겨우 잠깐의 파도였을 뿐인데, 그 찰나가 너무나 눈부시게 반짝여서 나는 그 한순간의 물결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거라 믿어버렸다.
우리의 바다는 끝이 없을 거라고.
계절은 잔인하게도 약속을 비껴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니, 지키지 못할 말을 내뱉어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는 너의 그 천진함이 때로는 미웠다. 다시 한번 헛된 기대를 품었다. 우리는 영원히 봄에 머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
정말 어쩌면, 너였기에 우리의 끝은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영원하다는 게 뭔데 자꾸 영원하다고 그러는 거야?
영원히 곁에 머물러 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그 단어를 써서 꿈꾸게 만들었을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그 자명한 진리를, 왜 너를 통해서만은 부정하고 싶었을까. 우리의 사이조차 결국은 밀려왔다. 사라지는 파도의 포말에 불과한 걸까.
첫사랑의 유사어는 결국 샛노란 여름이었다. 따끔거리는 햇살과 금방이라도 증발해버릴 것 같은 아득한 신기루.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
[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소설게시판 작가 뮨입니다.
저를 작가로 살게 했던 그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를 이제는 조용히 끄려 합니다.
나의 첫 문장이었던 《영원의 여름》부터 마지막 조각인 《샛노란 여름? 첫사랑?》 까지, 돌아보니 저는 참으로 지독하게도 여름과 영원이라는 단어를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ㅎㅎ
작년 초겨울부터 유난히도 추웠던 늦겨울까지, 이곳에서 보내주신 따뜻한 사랑 덕분에 저의 계절은 언제나 한여름처럼 뜨거웠고 영광스러웠습니다.
처음엔 그저 작고 사소한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글들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마음이 더욱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저를 기억해 주실 누군가가 단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그 마음을 예우하고 싶어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초겨울의 시작부터 늦겨울의 끝자락까지 저와 함께 길을 걸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언젠가 다시 새로운 계절의 문장에서 꼭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저의 투박한 진심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저의 여름을 닫습니다.
지금까지, 작가 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