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해는.. 뭐, 떴는지 안 떴는지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났으면 아침 아니겠어?"
"참 태평하시네요. 해는 떴어요. 색이 안 보일 뿐이지."
"딱딱하다, 딱딱해! 표정 조금만 풀어봐! 안 그래도 생기 없는 얼굴이 더 생기가 없어 보인다고."
"...오늘 검문소 최초로 살인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조심하세요, 나 총 든 사람이니까."
"그 총, 그렇게 쓰라고 준 거 아니거든—?!"
색을 잃어버린 세계. 더 이상 색을 볼 수 없고, 흑백 현상과 함께 발생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온몸이 잿빛으로 물들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런데 검문소가 왜 있느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염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인 행동이 하나 있다.
"그 존재들은 혼자 죽으려 하지 않아요. 마지막까지 한 사람은 더 데려가려고 하죠. 침을 뱉는다던가, 문다던가.. 좀비 같다고 해야 하나."
"그 존재들은 너무 심한 거 아냐? 그래도 사람이었는데... 그 존재들 말고, 그냥 그 사람들로 불러줘."
"...하, 저런 감성적인 사람이랑 일을 같이 하라고?"
/ 잿빛셔터 /
"우리 업무 알지? 벙커를 안전하게 지키고 생존자들을 보호하는 거야. 기왕 하는 거 고기까지 얻어먹고!"
"어련하시겠어요."
검문소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한 지도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됐다.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됐는데, 혼자 멀쩡히 고기 얻어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어련하시겠어요, 라니. 너는 안 얻어먹을 거야?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
지지직—
"생존자 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현재 바이러스 감염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생존자 여러분께서는 즉시 벙커로 대피하시고, 살아남으시길..."
라디오가 끊겼다. 오늘도 이렇게 잿빛셔터의 업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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