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모두이여름에속고있어우리는모두이여름에속고있다니깐?
우리는모두이여름에속고있다고이건가짜야
우리는 모두 이 여름에 완벽하고 치밀하게 속고 있어.
푸를 청자를 쓰는 청춘은 어쩌면 모두의 여름일껄?
내리쬐는 햇살을 무엇보다 맑은 미소로 받는 계절이자,
조잘거리며 삼삼오오 떠드는 말소리에 담긴 계절이며
영원히 아름다운 조각으로 남을 사랑을 기리는 계절.
덧없는 여름은 영원히 푸를 것이고 청춘 역시 영원히 푸르리라 믿겠지.
그게 당연한 여름이니깐.
거침없는 비가 세상을 무르익힌다고 해도
빗물이 모두 증발한 후에 한 발자국 걷는 길에선 \햇살에 비친 웅덩이 속 윤슬이 찰랑거리고,
맑개 갠 하늘이 어린 새들과 어린 청춘의 영혼들을 반겨주겠지.
이 역시 당연한 여름이니깐.
봄 내음이 젓어들고 여름을 경유해 다시 가을에 울긋붉긋한 단풍이 만개하는 사이.
진득하게 지나가는 기다란 청춘이자 기다란 계절, 여름.
이 여름은 역시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치?
잠시만, 아까 우리 모두 여름에 속고 있다고 그랬었나?
어떻게 여름에 속을 수 있겠어,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름인데 말이야.
근데 뭔가가 조금 걸리는 것 같기도.
그래우리는모두이여름에속고있어우리는속고있다고이건다가짜야우리는이여름에속고있어우리는이여름에속고있다니깐우리는이여름에놀음에넘어가버렸다고.
우리는 이 여름에 속고있어. 청춘? 여름? 낭만? 첫사랑? 어디 영화에나 나올 이야기네. 여름이 완벽했던 것 같아? 다 네 기억에 미화이고 허상이야.
우리에게 찬란한 여름이라는건 애당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어.
햇살은 우리를 녹여버릴 듯이 무섭게 붉었지.
아름답다라고 느끼기에는 너무 무서웠고 위헙적이었어.
아이들의 아름다운 웃음소리는 사라진지 오래,
시끄럽고 징그러운 매미에 왱왱 소리만이 이 계절을 채우겠지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에 윤슬?
그저 이 여름은 단순히 맡기도 역한 물비릿내와 숨이 턱턱 막히는 습한 우림에 가쳐버린 것 뿐이야.
당연하다고 느꼈던 여름은 단지 네 소망이고 바람일 뿐이었다고.
이 여름은 가짜니깐.
너는 이 가짜의 여름에서 조금의 청춘을 구해내려고 의미없는 헛발짓을 했을 뿐이라고. 자,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현실을 직시해. 그리고 이 진짜 여름을 봐.
아름다운 청춘따윈 존재하지 않지?
낭만은 반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청춘은 이름만 푸를 뿐 전혀 푸르지 않고.
첫사랑은 그저 상처 가득한 외사랑이며 여름은 다 가짜야.
아름다운 척 하는 모순이라고. 그러니깐 우리는 다 속고있어.
아리따운 가면을 쓴 냉혹한 여름에게.
…………………..
한결 큐리어스
https://curious.quizby.me/Sv6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