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세상은 고요했다. 눈이 내리는 소리가 이곳의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그저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슴 속에 쌓인 말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기까지, 마음 속에서 수많은 말들이 맴돌았다. 결국, 그 말들은 한 마디로 수렴되었다.
"세희야…"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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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큼은, 진짜로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어."
세희는 책을 덮고, 고요하게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어딘가 떨리는 듯했다. 그 떨림이 왜일까? 세희도 그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세희가 물었다. 목소리엔 따뜻한 관심이 묻어 있었다.
지호는 잠시 머뭇거렸다. 커피잔을 손에 쥐고 있는 손끝이 떨렸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을 줄이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정말로 •••
"세희,"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좋아해. 오늘만큼은, 네게 내 마음을 고백하고 싶었어. 참을 수 없을 만큼 좋아."
세희는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어..? 뭐라고..? 거..거짓말이지?"
"지호야…!" 세희는 입술을 살짝 떼며 조용히 말했다.
"그게… 그렇게 갑자기 말하니까, 나도 좀 혼란스럽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그런데 나는…"
그녀는 말을 잠시 멈추고, 마음속에서 갈등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호는 세희의 말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그냥…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 내가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 세희, 네게 말하고 싶었어. 너를 좋아한다고."
"지호…" 세희는 한 번 더 그를 바라보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사실… 나도 네가 좋아."
지호는 잠시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그 말에 마음이 뛰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세희는 고백을 받아줄까? 차이면 쪽팔릴것 같은데 어떻하지? 괜히 고백했나?
그리고 그때, 세희의 입에서 조용히 나오는 한 마디.
"응."
그 한 마디가 지호의 가슴을 뛰게 했다. 순간, 세상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겨울 바람도, 눈송이도, 카페 안의 고요함도 다 사라지고, 그 순간만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지호는 놀라 세희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멍 때렸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그 손을.
그리고 겨울의 밤, 눈이 내리는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되었다. 마치 잘 어우러지는 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