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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9 10:12조회 25댓글 0일유헌
나무다리를 기억해?

투명한 피부가 물에 잠겨
서로 마주 보며 웃었던 날을

여름은

아직도

기억해.



여름은 아직 시린 물가에 앉아
봄의 산소를 따라 그린다.

물의 일렁이는 표면 위로 비친 오래된 투영.

ー 괜찮아 봄?

그렇게 물어봤다면


좋았을 텐데.



답지 않게 더운 바람이 분다.
희미해져···.
희미해져.
희미해져?

희미해지는 봄?

여름아 기다려
봄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줄래?

여름은 봄을 사랑한다.

그럼에도 봄이 영원해진 순간부터
여름은 봄의 소유가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물러지기 직전의 딸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한 번만 더 봄을 끌어안아 줘, 여름.
봄은 여름밖에 없으니까.



태양이 뜨겁다.
재수 없이 내리던 폭우가 조금은 그리워졌어.

봄날의 장마는 꽤 아리따운 경관이었을 지도 모른다.

눅눅한 봄의 피부가 희고 찬 손을 헤집어서
이리저리 휘청이는 여름과

우산도 뭣도 없이 뛰어든 빗속이
아직도 여름의 입에서 머물고 있다.

언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여름 입속의 말.

봄의 입술에서 나온 소리는 이미 다 빗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변색되는 기억
빛바래는 마음

따라잡히지 못하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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