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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9 10:12•조회 129•댓글 0•일유헌
나무다리를 기억해?

투명한 피부가 물에 잠겨
서로 마주 보며 웃었던 날을

여름은

아직도

기억해.

ー

여름은 아직 시린 물가에 앉아
봄의 산소를 따라 그린다.

물의 일렁이는 표면 위로 비친 오래된 투영.

ー 괜찮아 봄?

그렇게 물어봤다면


좋았을 텐데.

ー

답지 않게 더운 바람이 분다.
희미해져···.
희미해져.
희미해져?

희미해지는 봄?

여름아 기다려
봄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줄래?

여름은 봄을 사랑한다.

그럼에도 봄이 영원해진 순간부터
여름은 봄의 소유가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물러지기 직전의 딸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한 번만 더 봄을 끌어안아 줘, 여름.
봄은 여름밖에 없으니까.

ー

태양이 뜨겁다.
재수 없이 내리던 폭우가 조금은 그리워졌어.

봄날의 장마는 꽤 아리따운 경관이었을 지도 모른다.

눅눅한 봄의 피부가 희고 찬 손을 헤집어서
이리저리 휘청이는 여름과

우산도 뭣도 없이 뛰어든 빗속이
아직도 여름의 입에서 머물고 있다.

언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은 여름 입속의 말.

봄의 입술에서 나온 소리는 이미 다 빗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변색되는 기억
빛바래는 마음

따라잡히지 못하게 사랑?

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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