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르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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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5 21:01조회 99댓글 6zZŽ
그날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지독히도 평범한 아침이었다. 눈을 떴을 때, 천장의 얼룩이 거미줄처럼 번져 보였다. 숨을 들이쉬는 순간, 폐는 재가루만 들이켰다. 내장이 꿈틀대는 착각 속에서 피 비린내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 내 코끝에선 부패한 살 냄새가 났다.

나는 죽었다.

어떤 충격도, 비명도 없었다. 그저 명료한 진실만이 나의 텅 빈 머리를 채웠다. 나의 심장은 멈춘 지 오래였고, 피는 이미 굳어 검게 변했을 터였다.

위장은 소화를 멈췄고, 신경은 이미 끊어진 전선처럼 제 역할을 잊었다. 이 몸뚱이는 그저 시간의 흐름을 잊은, 불쾌할 정도로 잘 보존된 시체였다.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핏기 없는 손가락, 메마른 피부. 거울 속의 나는 더욱 끔찍했다.

죽은 자의 얼굴. 생기 없는 눈동자가 그저 그림자처럼 뻥 뚫려 있었다. 사람들은 내게 말을 걸어왔지만, 그들의 입술은 의미 없는 형태로만 움직일 뿐이었다.

들려오는 소리는 멀리서 울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나는 웃었다. 아니, 웃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시체 주제에.

음식을 먹으면 목구멍을 타고 흙과 돌멩이가 굴러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물을 마시면 온몸의 세포가 녹슬어가는 듯한 이물감이 들었다.

세상은 썩은 내를 풍기는 연회장 같았다. 모두가 즐거이 춤을 추고 웃고 떠들지만, 나는 그저 한쪽 구석에 버려진 뼈 조각이었다. 그들은 내가 살아있다고 착각한다. 가증스러운 위선자들.

나를 조롱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이 처절한 죽음을 외면하는 비겁한 자들인가?

밤이 오면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한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스치고, 심장이 멎은 가슴팍에서는 텅 빈 공명만이 들려온다. 나는 영원히 이렇게 썩어가는 시체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죽었는데, 죽지 못하는 저주받은 존재. 이 뼈아픈 고통과 인지 부조화 속에서 나의 정신은 끊임없이 삐걱거린다. 죽은 자의 춤은 언제나 이렇게 끝없는 밤 속에 펼쳐질 뿐이다.

나는 죽었다. 그리고 영원히 죽어가는 중이다.


*코타르 증후군; 자신이 이미 죽었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부패 중이라고 믿는 심각한 부정 망상.




💤: 이런 장르는 처음이라서 엉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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