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의 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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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7 18:24조회 69댓글 2해온
| https://curious.quizby.me/URZ8…

길에 놓인 낙옆이 바스락 거렸다.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되기 전의 어느 기준선에 놓여서는. 많이 쌀쌀하지 않은 바람이 피부를 스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10월의 어느 가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한숨을 푹 쉬자 아직 겨울이 온 것도 아닌데 입김이 새어나왔다. 벌써 겨울이라도 오나?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하늘에는 눈 한 점 보이지도 않았다. 푸르기만 한 하늘에 내리는 눈이라고는 내 눈에 들일 수도 없었기에.

- 괜히 놀랐네.

그러고는 앞으로 나아가려던 찰나에 핸드폰 알람음이 울렸다.

띠링.

- 오늘 만났으면 해.

네 연락이었다. 여름부터 만났으니 꽤 시간이 흘렀을까? 바다를 보러 가자던 약속이 지나서야 가을에 만나자는 약속이라니. 이번엔 무슨 용무일까. 가장 최악의 예상은 고이 접어두었다. 그래도, 혹시나 같은 말들을 덧붙이며 긴장된 마음을 풀고서.

- 어디야?

네가 만나자던 곳은 참으로 익숙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이쁜 풍경 속 담겨 있었던 가로등을 지나 골목을 따라가면 나오는 거리. 그리고 저번에도 보았던 네 자전거가 세워져 있던 곳이었다.

- 참 이뻤었는데.

생각에 잠겼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너의 의도는 무엇일까 하다가도 어느새 이 전망의 아름다움에 잠길 것만 같았다. 숨 쉬는 것마저 잊을 만큼이나.

- 와 있었구나. 오래 기다렸어?
- 나도 방금 왔는데 뭘.

무언가 익숙하지만 다른 기분이 돌았다. 저번의 바다를 가자던 약속을 함께 이행하러 가던 순간은, 꼭 무슨 일이 일어나도 좋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마치 그 공기가 바람에 흩어져 사라진 것만 같았다.

- 가을이 올 만큼이나 시간이 지났구나.
- 그 가을도 이미 저물고 있는데.

공기가 먹먹했다. 분위기는 가라앉은 것 같으면서도 고요하니 결말이 예상되기엔 참 쉬웠다.

- 우리의 붉은 실도 저물어가는 것만 같아서.

지금까지 몇 년이나 함께 하였던가. 그 푸릇하게 자라나던 마음은 고이 묻힌 것 같았다. 그것 때문에 나를 불렀을까.

- 내가 전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야.

너는 그 순간처럼 내 두 손에 꽃 한 송이를 쥐여주었다. 카사블랑카 한 송이가 꼬옥 이 손에 담겼다. 그 날에 네가 마가렛을 주었던 것도, 그 순간을 기억할 내게 두 손에 카사블랑카를 쥐여주는 것도. 마지막 순간에도 넌 나를 배려하는구나.

- 네 모든 순간에 빛이 있기를 바라.
- 너의 곁에도 언제나.

네 말에 나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바보 같이, 이런 순간까지도 나를 생각하여 건넨 이별에. 그래도 서로의 마지막 마음은 같았을까. 서로에게 손을 흔들며 떠나보냈다. 끝맺을 순간까지 서로를 배려하는 애틋한 마음을 함께 두고 가며.

_ 꽃이 낙화하던 가라앉은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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