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숨겨진 그림자

하린은 정우에게서 전화를 받은 후, 잠시 망설였다. 그가 카페에서 세진과의 대화를 마친 후 떠나던 길에 느꼈던 혼란스러움이 여전히 그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세진, 그녀의 말 한 마디, 눈빛 하나하나가 떠오를 때마다, 하린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휘말렸다.

그녀가 말한 "떠난 이유", 그리고 "너와 네 아버지가 얽힌 사건"이라는 단어가 하린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하린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진이 정말 그토록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것이 마치 실타래처럼 얽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깊은 숨을 내쉬며 택시를 탔다. 도심을 벗어난 길, 한적한 골목에 정우가 기다린다고 했다. 그가 정우를 만나기 전까지, 하린은 계속해서 그날 카페에서의 세진의 말을 떠올렸다.

"너와 네 아버지가 얽힌 문제..."

차가운 도시의 밤바람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며 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는 이제껏 세진이 그토록 떠나간 이유를 몰랐다. 그리고 그 진실이 이제 조금씩 드러나려 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택시에서 내린 하린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건물들이 오래된 느낌을 주며, 이곳은 마치 시간을 멈춘 듯 고요한 분위기를 풍겼다. 정우가 기다리고 있을 사무실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하린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는 이곳이 그토록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왠지 모를 압박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정우가 기다린다고 하던 곳에 도착하자, 하린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곳은 어두운 조명 아래, 정우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긴장되어 있었다.

"하린, 온 거 맞지?" 정우는 조용히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차분했지만, 하린은 그가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긴장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응, 왔어." 하린은 자리에 앉으며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정우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 말을 꺼냈다.

"세진, 너랑 만났지?"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났어. 그런데... 네가 뭔가 알고 있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그거야?"

정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 "하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세진은 너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그 접근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야. 세진은 네 아버지와의 과거 때문에 너에게 다가가고 있어."

하린은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그가 알고 있던 세진과의 관계는 그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둘은 오랜 친구였고, 사랑을 나누었으며, 그녀는 단순히 떠나갔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었다. 세진이, 하린의 아버지와 얽혀 있다는 것, 그 말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무슨 말이야, 정우?" 하린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세진이, 내 아버지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그게 어떻게 나랑 관련이 있지?"

정우는 하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와 네 아버지 사이에 묶인 관계가 있어. 네 아버지가 과거에 세진의 아버지와 연루된 문제 때문에, 세진은 그 복수를 하기 위해 너에게 다가갔어. 하지만 그건 단지 시작일 뿐이야. 하린,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이야."

하린은 아무 말 없이 정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느끼는 충격은 너무 커서, 한 순간에도 떠올리기 어려운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 세진, 그가 사랑했던 사람, 그가 믿었던 사람이 이런 복수극에 휘말려 있었다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우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정우, 네가 말하는 걸 믿어야 하는 거야?" 하린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안과 의심이 섞여 있었다.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야 해. 내가 말하는 게 진실이라면, 네가 할 수 있는 건 이 진실을 마주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그 진실이 너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걸 깨달아야 해."

하린은 고개를 떨구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세진의 존재가 너무나도 커져버렸다. 이제 그녀는 단순히 그를 떠난 연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가 전혀 몰랐던 과거와 얽히고, 복수를 위해 자신에게 다가온 인물이 되었다.

정우는 잠시 말을 이었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야. 세진을 만나서 진실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진실이 네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너 자신이 결정해야 해."

하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었다. 진실을 찾아 세진과 다시 마주할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사실을 외면하고 평온한 삶을 이어갈 것인지.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길은 이미 너무나도 복잡하고 위험한 길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하린은 정우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알겠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알았어. 세진을 만나야겠어."

정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조심해.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야."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