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다소 많은 욕설과 성적인 표현이 등장할 수 있사오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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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회는 어딘가 잘못되었어!
한 개혁가가 말했다. 그는 올해 마흔넷으로, 매 일요일마다 성당을 다니고 있었으나 딱히 신을 믿어보이는 것 같진 않았다. 개혁가는 이 사회를 본인이 책임지겠노라 떠벌리도 다녔지만, 막상 실제로 행했던 행동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혁가는 상단 위에 올라가 마이크에 입을 붙인 채 세상에 외쳤다.
- 이 사회는 잘못되었어!
이 사회는 끔찍이 잘못되었다. 그것쯤은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살인이 합법이 되었다.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허가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에게 가장 추악한 행동 중 하나는 살인과, 섹스다. 단순 충동감 하나에 눈이 멀어 남의 피를 손에 묻히는 것. 그리고 남의 몸을 범하며 쾌락을 맛보는 것.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들은 전부 허가되었단 말이다!
- 사회를 바꿉시다! 개혁합시다!
뉴스에선 개혁가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퍼졌으나 나는 국밥에 총각무 대신 오이지를 씹으며 화면이 뚫어져라 응시했다. 피클보단 어딘가 달면서도 씁쓸한 점이 문제다. 항상 무언갈 먹을 땐, 오이지가 골칫거리였다. 물렁물렁한 게, 치아를 교정하면 잘 씹어지지도 않는다는 점. 항상 어느 음식에든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 망할 놈의 자식들.
당연하다시피 나는 개혁에 찬성하는 쪽이었다. 이따금 뉴스에서 개혁 반대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때면, 나는 당장 핸드폰을 열어 그들에게 험한 말을 써 보내기 일쑤였다. 충동에 멀어 행동하지 말자 했지만, 살인과 험담은 엄연히 다른 영역 아니던가? 이 사회를 바꾸는 것, 그것이 이 세상을 살리는 것이었다. 별다른 방법 따윈 없었다.
- 저런 썅, 썩을! 개혁을 반대하긴 왜 반대를 하고 난리여!
옆에서 순대국밥을 요란히 퍼먹던 한 할머니가 화면을 향해 삿대질을 견주었다. 노인네의 손은 정확히 앵커의 얼굴, 아니. 개혁가의 눈? 아니면, 반대파들의 푯말이었던가. 노인네는 순대국밥 뚝배기 주변에 밥알과 고춧가루를 수북히 흘려가며 먹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에 대해 눈치를 주거나 면박하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지금 여기에선, 모든 사람들이 사회의 기념품이다. 다신 오지 않을, 매 1분 1초가 아까운 삶에서 모두는 자신의 삶의 훈장이자 기념품인 셈. 개혁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기념품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되는 것이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행인들, 화면의 앵커와 개혁가, 옆에서 더럽다시피 순대국밥을 먹는 노인네, 작가들과 세상의 모든 직업들. 그들은 모두 사회의 기념품이었다.
- 내가 개혁가가 된다면, 기념품들부터 구하겠어.
오늘도 속으로만 다짐하며 오이지를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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