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숨 쉬지 않는다_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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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3 20:40조회 37댓글 2시원
바다를 헤엄치던 중에, 잊고 있던 기억이 겹쳤다. 수천 년 전의 바다, 여유롭고 반짝이던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바다가 내 머리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특이했던 점은.. 나는 바다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내 몸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이번 기억과 지난 기억을 정리해 봤을 때, 나는 보통 물속의 풍경을 보고 있었고, 숨을 쉬지 않아도 편안했다. 원래 그래 온 것처럼. 이 기억 속에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살아온 걸까. 한평생을 바다와 보내온 걸까. 왜 항상 바다가 보이는지 의문이다. 나는 순간 한 책이 떠올랐다. 수천 년 전에 쓰인, 미래에는 바다가 될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고-.

그 생각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갈 곳 없는 물속 아이들에게 집이 돼주었다. 모두를 품었고, 그들을 진정으로 아꼈다. 꿈이었는데도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따뜻한 눈물이 흘렀다. 짓눌러진 감정이 터져 나왔다. 슬픔, 아픔, 그리움, 절망과 행복. 불필요한 감정에 휩쓸렸다. 빠져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집어삼켜졌다.

정리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은 내가 무얼 하든 뒤꼬리가 되어 따라왔다. 지금은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다른 것은 잘 생각할 수 없다.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았기에, 일단 바다가 될 아이..라는 것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센터 서재에 있는 바다 책들을 모두 가져왔다. 나를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이 몇몇 있긴 했지만, 이걸 해결하고픈 마음이 더 컸다. 내가 본 내용의 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 오래되어 바래버린 기억을 또렷하게 보려고 노력했다.
• ...'바다의 미래' 였던가..
나는 몇백 권의 책 사이에서 드디어 그 책을 발견했다. 대충 바다에 대한 예언이 담긴 책이었다.

『 5313, 바다의 아이 탄생에 대해 』
| 바다에 잠식당한 시대에, 바다의 아이가 탄생할 것이다. 그 아이는 곧 바다가 될 것이고, 절대적인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 아이는 바다와 교감할 수 있을 것이며, 물속에서 산소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아이는 바다와 한 몸이 되어 생을 마감할 것이고, 바다의 시대는 끝이 날 것이다. 이 이후에는, 다시 지상의 생활이 계속될 것이다. 결국 아이는 바다를 다스리는 길이 될 것이다. |

아무리 봐도 내 이야기다. 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내 정체성의 파편들이 하나로 맞춰지는 듯한 전율이 느껴졌다. 생각을 정리하려 편 책은, 내 머릿속을 더 어지렵혔다.
• ...나는 이제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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