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2 18:32•조회 37•댓글 0•율해
우리는 가장 열렬한 때에 만났다. 너는 내게 붓으로 노을의 녹아내리는 금빛을 포착하는 법을 가르쳤고, 빗방울이 처마에 떨어지는 리듬을 손끝으로 연주하는 법을 가르쳤다. 너는 내게 가장 순수하고, 불순물이 없는 사랑을 주었다. 그 사랑은 8월 밤, 예고 없이 쏟아지는 폭우와 같아서, 빠르게 왔고 철저하게 모든 것을 씻어냈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야 알았다. 너의 서늘함은 의도적인 거리두기가 아니라, 네 몸 안의 불꽃이 이미 타버리고 부서진 심장을 얇게 덮은 잿더미만 남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네가 내게 준 모든 아름다움은 네가 생명을 소진해가며 마지막으로 끌어낸 연소였을 뿐이었다.
너는 내게 말했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결국 비극적인 방식으로 막을 내릴 거야."
나는 그때 믿지 않았다. 네가 그저 과거의 상처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여름이 끝났을 때, 너는 마치 지워진 분필 그림처럼 내 세상에서 완전히 증발해버렸다. 창밖의 매미 울음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 소리는 영원히 너의 온기를 잃은 듯 했다.
나는 다시는 너만큼 사랑스러우면서도 그토록 슬픈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너는 내 삶에서 따뜻함에 대한 모든 정의를 가져가 버렸고, 이제 이 늦여름의 차가움만을 남겨뒀다.
너는 내 인생의 한 챕터가 아니라, 내가 영원히 돌려받지 못할 주제이며, 나의 이후 삶은 네 "서늘하게 아름다운" 뒷모습 속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