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고리는 무슨 맛일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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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00:00조회 69댓글 2빙화
BL /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세상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방랑자들을 의심하십시오.

그들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옳은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거리의 커다란 전광판에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음성, 같은 문구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홀린듯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당장이라도 저들의 귀에 달린 제어 장치를 떼어버리고 싶었다. 안 주머니 속 권총을 몇번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이내 손을 떼고 기다란 로브를 다시 눌러써 발걸음을 옮겼다.



"로건, 왔어? 밖은 어때?"
"이상 무. 스타, 근데 나머지들은 어디갔어요?'
"윌리엄은 브랙이랑 식량 사온다고 나갔고, 유노는 저기서 노트북 두드리고 있고. 픽션은 지하,.. 으 머리 아파."
"그래서 젭이 프레드 아저씨께 갔잖아. 조금만 참아."

스타의 무릎에 머리를 배고 누워있던 문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프레드씨? 전단지는 어떻게 되가고 있대요? 그것도 젭이 돌아오면 알려주겠지. 머리가 아프다던 스타는 어느새 일어나 앉은 문에게 기대 눈을 감았다. 이제 아지트엔 유노의 타자 소리와 스타의 거친 호흡소리 밖엔 들리지 않았다.

이 곳은 정부의 각박한 통제하에 존재한다. 500일뒤 지구가 멸망할 거라 통보한 세계에서 시민들은 방황하였다. 여러차레 큰 소란이 일어나고, 정부는 귀에 다는 제어 장치를 개발했다. 그것은 시민들의 감정을 분석하고, 통제했다. 장치가 달린 자들은 분노, 슬픔등의 강렬한 감정들을 느낄 수 없고, 오로지 정부의 꼭두각시가 되어 살아가는 운명이 되었다.

그리고 정부는 우리처럼 이 운명을 져버리고 제어 장치를 뗀 사람들을 방랑자라 칭했다. 우린 장치에 생긴 어떠한 오류 때문에 감정을 되찾았으며 그즉시 장치를 떼버리고 한곳으로 모였다. 예견된 운명이라는 듯이 우리는 뭉쳤고, 프레드씨를 만나 그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저 자신말고 또 다른 방랑자들이 생기길 원해서 벌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혁명을 일으켜 모두의 감정을 되찾을까, 도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그래봤자 이 곳은 다시 무법지대가 될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된 나라들이 널려있었으니 그냥 조용히 살기로 마음 먹었다.

현실은 희박한 우리의 희망을 저버릴테니, 우린 소설 같은 극적인 혁명보단 방랑자들의 평화를 지키는 쪽을 택하였다.



이제 토성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와 충돌할 때까지 88일, 우리가 생존해온 것은 412일. 벌써 1년도 넘었다.

"저 왔어요."
"젭! 빨리 와. 물어볼게 많거든."

젭은 가져온 봉투 중 하나를 문과 스타 앞 탁자에 내려놓곤 유노쪽으로 가버렸다. 문은 익숙하게 봉투에서 흰색 가루가 담긴 지퍼백을 열어 같은 봉투에서 나온 물약과 섞었다. 그러고선 망설임 없이 끙끙거리던 스타의 입에 부어주었다. 슈퍼문, 일종의 마약 같은 거였다.

스타는 제어 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않은 순간, 끔찍한 장면을 보았다고 했다. 처음 만났을 땐 그 충격이 심하게 남아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래서 프레드씨가 제조해준 슈퍼문을 먹고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그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물론 부작용은, 일정 기간 복용하지 않으면 과호흡증이 찾아온다는 것. 가끔 스타가 보았다는 그 장면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지만 같은 생각을 한 윌리엄이 떠올리는 것도 힘들거라며 말렸다. 브랙의 말에 따르면 멘탈이 강한 편이었다 하던데, 얼마나 끔찍했을까.

"로건! 젭이 줄 거 있다는데?"
"아 형 제가 말한다니까요.."

뭔데 그래? 유노에게 삐져서 입을 쭉 내밀곤 봉투를 뒤적거리는 모습이 제법 귀여워보였다. 젭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그를 빤히 쳐다보자 뒤적거리던 손이 느려지며 볼이 붉어졌다. 어느새 봉투에서 물체를 꺼내 조심스레 건네는 젭의 손도 붉어져있었다. 이것도 붉으니 젭을 닮았.. 떡볶이 맛 과자?

"이.. 이걸 어떻게 구했어?"
"비상식량용으로 남아있었대요. 열개 정도 밖엔 없는데.. 유통기한은 엄청 길어서 괜찮을 거에요."

토성이 공전 궤도를 벗어나기 전, 평화롭던 그때의 나는 떡볶이 맛 과자를 좋아했다. 떡볶이와 과자 둘 다 먹을 수 있는 거라며 방과후 매일 들고다니던 게 지구 멸망 예고 후에는 단종 되어 못 찾았었다. 저번에 무의식적으로 얘기하고 넘긴 것 같은데, 얘는 그걸 어떻게 기억했담..

"로건, 너 너무 변했어. 전엔 내가 이 과자 하나 주기만 해도 좋아서 방방 뛰었잖아."
"벌써 왔어? 윌리엄은?"
"지금 윌리엄 찾을 때야? 니 앞이나 봐."

그리고 잘해봐. 너도 눈치는 챘을 거 아냐. 그렇게 내 귀에 속삭인 브랙은 자리를 떠났다. 젭은 놀람과 미묘한 감정들이 섞인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렇게 보지마"

죄책감 든단 말야. 이 문장은 내뱉지 않았다.



"모르겠어! 걔는 너무 어린데, 또 귀엽긴 한데.."
"으휴. 어차피 멸망도 별로 안 남았잖아. 저질러버려!"
"그러다 내가 사실 걜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헤어지면? 어색해지면? 걔는 아직 어리잖아. 단독 행동이라도 하면.."

으아아! 로건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배개에 얼굴을 묻었다. 윌리엄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짰다. 얘가 왜 이렇게 변했냐.. 적어도 그가 알던 로건은 순수하고, 착하고, 생각 없고, 호구 같은ᆢ 그랬는데, 8명이서 살게 된 이후로 현실에 많이 치인 것 같았다.

"정부에서 지겹도록 하는 말 있잖아.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거. 우리가 그렇게 부정을 하지만 지금 너한테 필요한 말 같다. 내가 보기엔 너 걔 엄청 좋아해. 알겠어? 이제 아가리 좀 다물어라. 나 잘 거거든?"
"그럼 나 갈게. 빨리 자라?"
"아니 어딜가! 이 친구가 고민상담도 해줬는데 오랜만에 같이 자자!"
"아 저리 떨어져! 같이 잘 사람이 필요하면 브랙을 부르라고!"
"걔는 하루종일 붙어다녀서 이젠 지겨워."
"헐. 지겹다니. 너 이거 브랙이 들으면 되게 실망한다?"
"아 어쩌라고. 야 불은 끄고 가!"

로건은 장난스레 브랙을 부르며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순식간에 혼자 남겨진 윌리엄은 어이가 없어 안고 있던 흰배개를 내려놓았다. 저 고집불통. 젭은 쟤가 어디가 좋다고 저러는 거야? 10년을 같이 지내면 저자식의 속내를 다 알 고 포기할텐데.. 아 혹시 얼빠인가. 로건 쟤가 얼굴이 잘나긴 했어. 지금 봐도 잘생김. 저와는 그렇게 투닥거리며 잘 지내면서 젭에게는 왜저리 삐딱하게 대하는 걸까. 아무래도 나이차 때문인가. 그래봤자 5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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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빙화에요!
이거 연재 주기 엄청 들락날락할 겁니다.. 무계획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소재 무겁지만 개그 추가할거에요
퇴고 안해요


커플링 - 공식이에요 바꾸려면 저랑 싸워서 이기세요
ㄴ 젭×로건 문×스타 브랙×윌리엄 유노×픽션



https://curious.quizby.me/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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