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7 07:58•조회 18•댓글 0•1919
#2
쿵..쿵..
1년만에 익숙하지 않은 몸을 다루느라 몇번이고 넘어졌다.
진희.. 생각보다 키가 작다. 힘이 세지도 않다.
첫 빙의 상대를 잘못 고른건가?
가슴 안쪽에서 원래의 영혼이 날뛰고 있었다.
가둬놓을 수 있는 시간은 단 30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내 손엔 퇴마노트가 들려 있었다.
‘항상 기록하다 막히면 나를…‘
아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위험하다.
빨리..
’근데.. 뭘 하려고 진희의 몸에 들어온거지?’
머리카락을 스윽 쓸어 보았다.
1년 전 그대로였다.
진희의 몸에 들어온다 해서 내가 할 수 있는건 없다.
단지 몇가지 흔적이나 남기는 정도일 것이다.
’그래. 그래도.. 내가 아직 여기 있다는 정도는..‘
”하.. 다시 돌아가자.“
휴게실 앞에 시을이가 있었다.
목소리 변조는 힘드니까. 그냥 지나가자
”어, 진희야? 언제 나왔어?“
턱. 시을이의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땐.. 되게 작게 보였는데. 많이 컸..’
아니다. 진희가 키가 작은 탓이다.
전처럼 감정적으로 굴다간..
“…”
순간 손이 내 어깨에서 떨어졌다.
“.. 다 끝나면 불러.”
뒤를 돌아보니 멀어지는 시을이가 있었다.
‘왠지.. 씁쓸하네.’
쾅.
“… 하..”
전보다 한숨이 늘었다.
생각하기만 하고 밖으로 뱉지 않아서 그런 탓일까?
펜을 집어들었다. 익숙한 촉감.
노트를 펼쳐 한번 훑었다.
삐뚤빼뚤한 글씨.
무심코 계속 보고 있었다.
딸깍.
노트의 빈 페이지.
바로 발견 가능할 앞 페이지에 펜을 데었다.
‘진희..야..‘
이건 아닌 것 같아 글씨 위로 까맣게 선을 찍찍 그었다.
‘나..여기..‘
탁.
노트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딫혔다.
막상 쓰려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
”.. 바보.“
자기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남의 몸인지라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굳이 진희의 몸에 들어와 놓고는 이러고 있는 내가 한심했다.
’이럴거면 다른댈 갔지..’
노트를 주워 들어 급하게 휘갈겼다.
‘잘 지냈어? -L ‘
”이정도 밖에.. 못하겠다.“
탁.탁.탁.
발소리가 울렸다.
이쪽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진희야, 들어가도 돼?”
나는 노트와 펜을 책상에 내려놓고 문 앞에 섰다.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아까 말했듯이 목소리 변조는 어렵다.
“.. 들어갈게?”
철컥. 문고리가 돌아갔다.
나는 순간적으로 문을 막았지만 시을이의 힘이 더 셌다.
“다 썼지? 봐도 돼?”
시을이가 책상 위의 노트로 손을 뻗었다.
“아직..”
힘을 쥐어짜내 말했지만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이거.. 뭐지?”
역시, 발견 안 되는건 무리였다.
해명을..
털썩.
몸에 힘이 풀렸다.
“어? 진희야?”
울컥 하는 느낌과 함께 나는 진희의 몸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지속 시간이 끝난 것이다.
‘역시.. 이것밖에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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