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이 좀 꼬이고 엉망이 됐어도 훌훌 털어버리는 대책 없는 당당함을 동경하며.
: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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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크게 무언가가 걸리는 소리와 함께 스케이트보드가 뒤집히며 아스팔트 바닥을 볼품없이 굴렀다. 벌써 다섯 번째였다.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티셔츠 등판은 이미 흙먼지로 엉망이었고, 무릎팍은 쓸려서 벌겋게 달아오른 지 한참이었다. 따끔거리는 무릎보다 속상한 건 자꾸만 엉망으로 꼬이는 오늘 하루였다.
생각해 보면 아침부터 지독한 머피의 법칙 연속이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동아리 기획안은 가차 없이 반려당했고, 산 지 얼마 안 된 신발은 밑창이 덜렁거렸으며, 겨우 기분 전환을 하려고 모이자마자 야속하게도 가랑비가 흩뿌렸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답답함과 짜증이 울컥 밀려와 한숨이 깊게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운수 좋은 날’ 주인공이 현실로 튀어나온다면 그건 내가 될 것 같았다.
"야, 오늘 각 안 나온다. 그냥 접고 편의점이나 가자."
보드를 툭툭 차며 다가온 녀석이 캔 음료를 내밀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캔을 볼에 가져다 대니 그제야 살 것 같았지만, 가라앉은 기분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잔뜩 찌푸린 내 얼굴을 보던 녀석이 캔을 따며 툭 한마디를 던졌다.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
"뭐냐, 그게?"
"오늘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내일은 또 새로운 기회와 바람이 찾아올 거라고. 그러니까 오늘 꼬인 건 여기서 끝."
탄산음료를 한 모금 들이켠 녀석이 덧붙여 키득거렸다.
"망하면 좀 어때. 인생이 매번 타이밍 딱딱 맞으면 그게 기계지, 사람이냐?"
그 덤덤하고 대책 없는 당당함이 이상하게 내 마음에 쿵 하고 얹혔다. 녀석의 말을 곱씹어 보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맞다, 좀 꼬이고 엉망진창이면 어떤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나 혼자 심각해져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던 거다. 기획안이야 다시 쓰면 되고, 신발은 고쳐 신으면 그만이었다.
괜히 흘러간 일에 묶여 징징대기엔 지금 스쳐 지나가는 여름밤의 공기가 너무 아까웠다.
나는 바닥을 짚고 일어나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가방을 대충 한쪽 어깨에 걸치고 다시 보드 위에 발을 올렸다. 비가 그친 도로 위로 시원한 밤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 바람의 방향이 내 편이 아니었다면, 그냥 담담하게 인정하고 내일을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가볍게 발을 구르자 보드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내일 우리를 향해 불어올 바람이 맞바람일지, 등 뒤를 밀어줄 순풍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어떤 바람이 불어오든 우리는 또 그 바람을 타고 굴러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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