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지막은 서로의 안녕으로: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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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1 00:40조회 108댓글 2Y
“연서 씨, 당신은 절대 저에게서 나아갈 수 없어요. 언제나 저라는 존재에게 평생을 묶여 살게 되겠죠.”

공허 속에서 그가 다가왔다. 천천히 다가오며, 내게 다다르자 눈을 맞추더니 웃으며 말한다.

“그러니 포기하시죠. 모든 걸 내려놓고, 저에게. 그게 연서 씨의 운명이 될 거에요. 제가 당신의 유일한 구원이니까.“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거품이 되어 공기 어딘가로 흩어진다. 그는 점점 가까이 와 내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댄다.

“자, 어서…”

“…허억!”

순간 놀라 벌떡 깨어났다. 꿈이었던가, 주변을 둘러보니 회사 안이었다. 그 사람을 본 후로 이런 꿈까지 다 꾸다니, 꿈에서까지 보고 싶은 얼굴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꺼림칙한 마음에 턱을 괴고는 눈 앞의 노트북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 참 많아보이네, 연서 씨?”

“아… 네, 좀.“

멍한 눈으로 노트북만 바라보던 내가 걱정되기라도 한 듯,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온 사람.

”피곤하면 반차라도 좀 써서 쉬는 게 어때요? 안색 나빠보이는데.“

이희정 씨, 나보다 3살 더 높은 내 상사이다.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마음 놓고 말하기 쉬운, 의지되는 사람이다.

”괜찮아요. 걱정… 해주셔서 감사해요.“

내 대답에 희정 씨는 입꼬리를 올려 싱긋, 웃어보이고는 내게로 돌렸던 의자를 다시 노트북을 바라보게 돌렸다.

나도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야근이라도 피하자는 생각으로 일하고, 시간이 좀 지났을까. 퇴근 시간에 다다랐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내일 봬요.”

“응, 어서 가봐요. 푹 쉬고!”

희정 씨와 나눈 인사를 마무리하고 회사를 벗어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늦은 퇴근 시간인 탓인가, 어둡게 내려앉은 하늘에 분위기마저 공기까지 내려앉아 공포가 엄습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찾았다.”

공기가 한층 무거워졌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오싹한 기분이 차오르며 몸을 돌려 바라보기엔 몸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터벅, 터벅.

그리고, 다가오는 발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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