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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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04 11:36조회 28댓글 0소야
씨발 한 마디 했다고 일 교시가 끝난 뒤 유이담 따까리들한테 끌려갔다. 구라없이 삼십 분을 줄곧 맞았다. 그래도 일진이었는데 왜 맞기만 했냐고? 사실 난 중학교 때에도 얼굴빨로 일진 탑 먹은 거였다. 학교 앞 오르막길에서도 죽을 것처럼 헉헉댔는데 운동을 잘 할 리가 없다. 반격도 몇 번 했는데 그럴 때마다 손이 더 매워지길래 십 분이 지나고서는 그냥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 그리고, 유이담은. 모든 사건의 원흉인 유이담은.


- 씨발? 귀엽네?


그렇게 말하곤 내가 뿌리칠 새도 없이 기다란 손으로 뺨을 스윽 만지더니.


- 올해는 학교 올 맛이 좀 나겠네.


그대로 반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다. 소문을 들어보니 중학교 때부터 유명하다고 했다. 시도때도없이 조퇴하고 학교에 빠지는데 이상하게 퇴학이나 유급은 안 당한다고. 날짜 계산해가면서 빠지기라도 하는 거야 뭐야. 그게 뭐든 알 바는 아니었고, 그냥 남자 새끼한테 개처럼 뺨이나 쓰다듬어진 게 수치스러웠다.


근데 씨발 왜 심장이 뛰는 거야?


좆됐다, 진짜 좆됐어. 이 교시까지 입학식으로 강당에 가 있던 담임은 스파르타였다. 난 아직도 체벌이 남아있는 학교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내 세상은 얼마나 좁았었나. 담임은 멋대로 바꾼 자리를 다시 되돌리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과목은 영어 담당이고 이름은 몇 살이고, 바로 앞에서 침 튀기면서 이야기하는데 그 말들은 하나도 안 들렸다.


옆자리가 유이담이랬다.


왜 몰랐을까.
서한결, 유이담.
시옷. 이응.


이런 젠장.


학교생활 피려다가 도리어 인생이 망하게 생겼다. 그런데 왜 자꾸 그 잘난 얼굴이 머리에 맴도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떨리는 건 흔들다리 효과 때문임이 분명하다. 난 삼십 분동안 날 처때린 조폭 새끼들보다도 유이담이 훨씬 무서웠다. 텅 빈 눈동자부터 그랬다. 조폭들이 때리면 그냥 맞으면 된다. 죽을만큼 아프긴 하겠지만 죽진 않는다. 근데 유이담이 내 인생에 관여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증거로 벌써부터 정체성 혼란이 오고 있다. 씨발.


마음에 든다고? 그게 말이나 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유이담을 보자마자 뛰었던 심장은 삼 교시가 됐음에도 여전히 진정되질 않고 있었다.

서한결, 진정해. 지금 이건······ 그냥 무서워서라고.


그렇게 자기최면을 걸어도 좆같은 생각은 멈출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진짜 유이담을 좋아하는 거면. 아니면 유이담이 강제로 날 사귀게 시키면. 안 사귀면 팔다리를 잘라버린다고 협박하면 어떡하지?


씨발 그럼······ 내가 깔려?

그것만은 안 된다.

난 유이담이 본인 스스로 깔리는 취향이 있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빌었다.










서툰 사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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