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7 14:11•조회 70•댓글 1•heartbeat
처음 보는 풍경, 하지만 낯설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방향, 창밖의 커튼이 흘러가는 모양,
오후 5시의 빛이 벽지 위를 긁고 지나가는
선명한 흔적. 언젠가 분명히 겪었던 것만 같았다.
손끝에 닿는 방 안의 온도, 그 위로 퍼지는 향기,
문득 돌아본 창가의 그림자.
어디선가 정확히 이 장면을 ‘살았던’ 기억이
나에겐 어렴풋이 깃들어 있었다.
꿈은 아니었다.
눈을 감았다 뜬 것도,
잠결의 잔상도 아니었다.
숨을 쉬고 있었고, 세상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놀라움도, 당황도 없었다.
마치 무언가를 되짚는 중이라는 느낌.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하루를,
조용히 다시 걷고 있는 기분.
가끔 삶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이 순간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먼저 기억해버린 어떤 시간들이,
현실을 흘러가게 만들고 있었다.
이건 반복이 아니었다.
운명도 아니고, 예언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누군가의 아주 깊은 마음속에서
한 번쯤은 꿈꿔졌던 장면이라는 사실.
그 장면 속을,
청춘의 현실을
나는 지금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