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잠시 허락된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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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4 10:14조회 18댓글 0@da_xue
절망적 사랑, 언제부터 시작이었을까. 시간을 거슬러 블러드문이 떴던 날로 내려갔다. 어두운 밤, 원래라면 보였어야 할 블러드문이 구름에 가려진 날. 그날은 뭔가 달랐다. 똑같이 사랑을 맹세하고, 너에게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고. 분명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흘러가던 날, 그날이 바로 우리의 절망적인 사랑의 시작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나의 절망적인 사랑의 시작점이었다.


음력으로 15일, 보름달이 뜨는 날. 몇백 년 전의 우리는 다음을 약속했다. 누군가의 명을 이어받아 평생을 사는 나와는 달리 너의 인생은 한도가 있으니까. 다음 생에도 나와 함께해 달라는 너의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에겐 다음 생일 그 순간이, 나에겐 이 인생의 일부일 텐데. 무슨 일이 생겨도 너를 찾아가겠다는 말을 끝내자, 너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차가워졌다. 그리고 시작된 몇십 년, 체감상 몇백 년의 시간이 흐른 것 같은 날 발견했다. 전생의 너와 똑 닮은 사람을. 다시 너에게 다가갔고, 서로 사랑하고, 작별하고. 몇 번째일지 모를 헤어짐을 반복했다. 아, 이런 헤어짐 조차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겠지.


너와의 평생이, 일반적인 사랑은 불가능하려나. 언젠가 너는 다시 떠날 것이고, 난 다시 너를 찾아 몇 년을 돌아다닐 것이고, 의심받고, 모조리 죽이고. 그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너를 발견할 수 있겠지. 너의 평생을 가져가는 대신, 내 평생은 네가 가질 수 없을 거야. 평생을 약속해도 너와의 평생은, 인간과의 평생은 원주율처럼 끝이 나지 못하니. 너와 함께하는 시간은 계속 순환될 것이다. 아마 내가 다음 아이에게 명을 넘기기 전까지 쭉, 반복할 것이다.

그래, 너와의 낙원은 진짜 잠깐이었다. 달빛이, 운명이 허락해야지 받을 수 있는 낙원. 그 낙원에서 다시 만나면 그때는 날 네가 끌어안아주라, 우리에게 주어진 밤이 하루뿐이라면 말이야. 항상 내가 널 끌어안아줬으니, 시간이 지나 다시 날 떠나기 전에 말해주고 싶다. 너의 모든 인생은 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잔인한 계절은 날 찾아와, 넌 다시 나를 또 잊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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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_x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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