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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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1 17:40조회 44댓글 0정리안된글을올리게되어죄송할따름
바다야, 기억나? 너는 그날 파도가 치는 현무암 해변에 앉아서, 요즘은 찾아보기도 힘든 MP3로, 클래식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었지. 내가 네 등을 톡톡 건드린 순간, 너는 깊은 바다의 색을 띄는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봤어. 네 눈매는 조금 내려간 순한 인상을 띄었고, 피부는 다른 남자아이들과는 다르게 희고 맑았어. 너는 많이 놀란 듯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었지. 바다야, 나는 아직 네 자그마한 몸 뒤로 커다란 파도가 덥치던 순간을 기억해, 네 하얀 피부가 바닷물에 거리낌없이 잠식당하던 순간을 기억해, 네 남색 눈동자에 흰 교복 셔츠를 입은 내가 마지막으로 비치던 순간을 기억해. 너의 눈에서 마지막으로 떨어진 그 눈물 한방울 마저, 휘몰아치는 비구름과 성난 파도, 슬퍼하던 바다의 소리에 묻혀 사라지던 그 순간을, 나만은 기억해. 바다야, 네 MP3를 네 곁으로 보내려면 그 MP3는 여느 납골당이 아닌 바다로만 가야해. 그래서 바다 한가운데 도착하고 나면, 그때서야 겨우 다시 주인을 찾아 네 품으로 돌아갈거야. 바다야, 그날 매섭게 화내고 깊이 슬퍼하던 바다야, 네가 나의 바다를 삼켰으니 이제는 그 애의 한가운데에 그 애의 전부를 안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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