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바람이 창틀에 살짝 걸렸다.
바람은 창문을 흔들었고, 내 마음도 덩달아 흔들렸다.

3학년 1반, 맨 뒷줄 창가 자리.
그 자리에 앉은 민우를 처음 본 건 3월의 첫날이었다.
아무 말 없이 책을 펴고, 조용히 창밖을 보던 아이.
햇살이 머리카락 끝에 머물던 순간, 나는 그만—
심장이 툭, 하고 내려앉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엔 그냥 멋있다 생각했다.
그 다음엔, 계속 눈이 갔다.
그리고 어느새
그 애가 웃는 날은 나도 괜히 기분이 좋고
그 애가 조용한 날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고백해볼까"

말만 해놓고, 난 백 번쯤 도망쳤다.
친구들은 "지금 아니면 늦는다"며 등을 떠밀었고
나는 작고 낡은 수첩을 꺼내 '고백하기 대작전'을 세우기 시작했다.

— 1단계. 말 걸기 성공하기
체육 시간 끝나고, 물 마시는 민우 옆에서
"너 농구 잘하더라."
"응, 그냥 좋아해서."
'심장아, 제발 뛰지 마라..우..우선 튀자..!!!'

— 2단계. 우연을 가장한 우연 만들기
일부러 같은 길로 하교하고,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빌리고
체육복 빠트린 척해서 빌리기도 했다.

"너, 나 따라다니냐?"
"아니?! ㅎㅏㅎ. 하."
웃는 민우의 눈동자가 햇살보다 눈부셨다.
나는 진심으로 쓰러질 뻔했다.

— 최종 단계. 고백하기
6월 12일, 민우 생일.
포스트잇에 적은 말.
:: 너 웃을 때 예쁘더라.. 나, 너 좋아해. ::
선물 속에 조심스럽게 담은 그 한마디.

그리고—
하굣길, 가방을 멘 민우가 내 옆으로 와서 말했다.

"너도 웃을 때 예뻐."
"...뭐?"
"사귀자."

그 순간, 세상이 멈춘 줄 알았다.

__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되지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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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8.1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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