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7 19:12•조회 72•댓글 4•𝙼𝚎𝚖𝚘𝚛𝚈
기억나는 건 없다.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누구와 웃었는지도.
그저 평범한 하루들이 무심하게 흘러갔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잔잔했지만
그 모든 건 참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무언가를 기다린 것도 같고,
이미 지나버린 무언가를 애써 외면한 것도 같았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날,
그 순간조차 어디엔가 허전함이 묻어 있었던 것 같다.
말끝이 흐려질 때마다
누구 하나는 먼 하늘을 보며 웃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가장 순했고, 가장 공허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날들을 지나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었다.
무엇 하나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상하게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보다 더 꿈을 믿었고,
사라지는 것들에 덜 서툴렀던,
그 조용했던 날들이.
m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