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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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2 19:32조회 48댓글 1Dxu
해가 기울었다. 강물은 붉은빛을 머금고 흘렀고, 그 위에 잔물결이 어둠 속으로 번져갔다. 이토록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어째서 내 안의 소란을 잠재우지 못하는가.

그는 이미 다른 계절을 맞이했다는 것을 안다. 한때 내가 그의 세계라 믿었던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 마치 낡은 극장의 무대처럼, 조명이 꺼지자 모든 소품과 배경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대 뒤에서 누군가 무심히 모든 것을 철거하고 있었 다. 나만 홀로, 객석에 앉아 그 공허함만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이별은 갑작스럽다. 예고된 파국일지라도, 막상 마주하면 날벼락과 같다. 우리가 함께 쌓아 올렸던 시간의 탑은, 이제 바람이 스치는 곳마 다 모래처럼 부서진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은 파편에 불과했다.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날카로워, 움켜쥘수록 손바닥만 아려왔다.

수많은 약속들, 따뜻했던 시선들, 영원할 거라 믿었던 그 모든 순간들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의미함이 아닌가. 나의 사랑이, 나의 헌 신이,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못했다는 차가운 진실들.

나는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강물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갔다. 우리의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세상은 여전히 너무나 아름답다.

이 잔인한 아이러니 앞에서, 나는 그저 무너지고, 또 다시 나아 가야했다. 강물이 결국 모든 것을 삼키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듯 했다.

// 저는 작가 시원님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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