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殘響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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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9 19:19조회 63댓글 0청한
옅은 햇빛이 나무를 스치며 바람결에 살랑이는 잎들의 그림자를 벽에 그려내고, 차가운 바닥 위에는 스며든 온기가 희미하게 번졌다.

푸르름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창문틈을 눈으로 천천히 훑어내리며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즐기고 있던 참, 문득 화분의 꽃들이 며칠 전과는 다르게 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에 탄 듯 흐린 보라색···. 바람에 휘말려 들어온 은은한 향이 그 꽃이 라일락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오묘한 기분의 출처를 향해 기억을 느릿하게 더듬어 올라가 보니, 어느새 내 머릿속에 작은 웃음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그 웃음소리가 누구의 것이었는지에 대한 지루한 고민은 계속되었으나 결국 완벽한 답은 이미 안개 속에 잠식해버린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번에 놓쳐버리면 영원히 기억해낼 수 없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애먼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흐릿한 웃음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내 가슴속에 다사롭게 잔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였는지, 어떤 장소였는지, 언제였는지···. 이젠 전부 잊어버렸지만, 그렇기에 이 온기가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내가 외로울 때마다 소리 없이 찾아와 나에게 위로를 건넬 것만 같은, 그런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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