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재야.
— 희재야, 자나 ···.
성난 도시의 울렁이는 소음이 언젠가부터 익숙해졌다. 지하 상가 근처의 반지하 안에서는 내내 울리는 것이 당연했기에 이제는 무시하고도 잠이 온다. 사람들의 발길에 길가 돌멩이가 채인다. 툭 하고 구르는 소리가 몽롱한 머릿속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서너 번 눈을 깜빡이고 보니 뜬금없는 눈물이 시야를 가린다. 조금 뜸을 들인 후에야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이 생각하기에 아무 감정도 없는 낙루다. 눈물로 젖은 배게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더럽고 찝찝한 청춘의 냄새가 난다. 언제쯤에야 나는 찬란한 청춘을 가질 수 있을까, 느리게 눈이 감긴다. 또 하루의 시간이 지나간다.
— 너는 단밤처럼
— 퍽퍽한 단맛이 목에 걸려 몇 번이나 기침을 하게 만들어,
— 희재야.
·
·
·
— 내가 보고 싶지 않아?
···
또 이 꿈이다. 얼굴에 드리운 햇살에 잠이 깬다. 며칠 사이로 이어진 같은 꿈이다. 언제쯤인지 영원을 약속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나의 세상이, 자기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되려 울어버리는 꿈. 꿈 속의 나는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입술만 뻐끔거린다. 이내 그녀는 반투명해져 사라지고 없다. 열일곱에 맺힌 기억 그대로인 얼굴이 아른거린다. 잊지 않으려 하루가 다르게 되새기지만 남은 건 어렴풋이 들리는 몇 마디의 목소리와 기억 속 그녀에게서 나던 냄새 뿐이다. 조금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좋아해, 와— 무르녹은 복숭아를 가르면 코끝에 스칠 듯 한 향이. 이따금씩 비슷한 향이 바람에 실려 불어올 때면 뒤를 돌아보고는 한다. 너는 영원이란 게 그리도 어려웠는지 어느새 보니 떠나버리고 없었다.
···
낮게 경사진 곳에 자리한 웅덩이가 창문에 물을 튀긴다. 단단한 유리벽을 때리는 소리가 공상의 틈을 가르고 방 안을 채운다. 서늘한 초겨울 공기가 뺨에 붙었다. 몽롱한 잠을 깨워가는 듯이, 그리워할 여유 따윈 없는 나를 꾸짖는 것처럼. 그새를 비집고 나와 진부한 눈물이 흐른다.
나는 여전히 너를 원망한다. 네 사랑이 시들어버린 게 아니라 해도. 어쩌면 투정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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