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밤공기, 어둠이 짙게 깔린 창고 한켠. 익숙한 비릿함 대신 오늘은 옅은 비누 향이 공기 중에 희미하게 감돌았다. 한때는 온 세상의 전부였던 이를 마주한 순간, 메마른 가슴 한구석에서 잊었던 통증이 작게 움트였다.
빛바랜 기억 속에서 반짝이던 눈빛은 공포와 체념으로 물들어 있었고, 늘 따뜻하던 손끝은 차가운 바닥에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를 마주한 차가운 총구. 냉정하기만 하던 손은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그의 심장을 노린 것은 단순한 복수도, 조직의 명령도 아니었다.
마지막 단 한 조각의 진실, 지독히도 비틀린 마음이 절규하는 끝없는 의문. 그것을 얻어내기 위함이었다. 코를 조준해 고통 없이 모든 것을 끝내는 자비는,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탕ㅡ.
어둠을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무릎 꿇린 몸이 크게 휘청였다. 핏물이 서서히 스며드는 와이셔츠 위로, 과거의 흔적이 고통처럼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상처 부위를 움켜쥐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눈을 떼지 못한 채, 온 생명의 빛을 모아 눈을 깜빡였다. 딱 열 초. 짧디짧은,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담아낼 마지막 시간이었다.
떨리는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텅 빈 눈동자 속에서, 그를 향해 애달프게 피어나던 작은 불꽃이 흔들렸다. 입술이 겨우 몇 번 꿈틀거렸다. 이미 흐려진 시야 너머, 애써 기억하려 한 듯 고개만을 기울였다.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들어가던 그의 눈빛 속에서 이름 모를 슬픔과 오래된 미안함, 그리고 지독하리만큼 순수한 후회가 일렁였다. 손끝이 겨우 허공을 휘저었고, 그 움직임은 마치 닿지 못할 온기를 갈구하는 듯했다.
곧 그 눈동자에서 모든 생기가 스러졌다. 축 늘어진 몸은 바닥으로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침묵이 창고를 삼켰다. 차가운 총구를 거두며, 굳게 다물린 입술 뒤로 뜨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 짧은 열 초 동안,
듣고 싶었던 어떤 답도,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어떤 고백도,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눈빛과 몸짓, 그 절박한 아우성 속에 이미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깨닫지 못했던 진실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잔상이 뒤늦게 심장 깊숙이 박혔다.
잔혹하게도
가장 아픈 방식으로 얻어낸,
너무나 뒤늦은 고백이었다.
ㅡ
✒ || 익애 || 마치 심장 속으로 스며든 비련이었다
✒
https://curious.quizby.me/K2pq…+ 총구로 머리를 맞추면 즉사 하지만
심장을 맞추면 10초 동안은 살아있다.
그 사람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기에
머리 대신 심장에 총을 겨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