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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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2 23:31조회 43댓글 0구로
유리 어항 속 잉어는 늘 같은 자리를 돌고 있었다.
둥근 어항 벽을 따라 천천히 헤엄치는 붉은 비늘은 햇빛을 받을 때마다 불씨처럼 반짝였다. 밖에서 보면 평화로워 보였다. 물은 맑았고, 먹이는 제때 떨어졌고, 겨울에도 물은 차갑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걸 행복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 잉어를 오래 바라보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곤 했다.
잉어는 왜 그렇게 계속 돌기만 할까.

어쩌면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강물의 흐름을. 몸을 떠밀던 물살의 감각을. 끝없이 이어지는 물길과 비 냄새를. 태어날 때부터 어항 안에 있었다 해도, 생명은 원래 더 넓은 곳을 향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았다.

밤이 되면 거실은 조용해지고, 어항 안 작은 기포 소리만 들렸다. 그 시간의 잉어는 낮보다 더 느리게 헤엄쳤다. 꼭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유리벽 가까이 다가온 잉어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나는 순간 들킨 기분이 들었다.
사실 어항 안에 갇혀 있는 건 저 잉어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사람들도 비슷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걷고, 비슷한 말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안전하고 익숙한 세계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그걸 안정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어항은 유리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두려움으로 만들어지는 건지도 몰랐다.

어느 날 아침, 잉어는 평소보다 유난히 빠르게 헤엄치고 있었다. 작은 어항 안에서 몇 번이고 방향을 틀며 물을 흔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비좁은 세계 안에서도 끝내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게.

햇빛이 물결에 부서지며 천장에 흔들렸다.
잉어는 여전히 어항 속을 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 나는 어항을 볼 때마다 바다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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