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그를 완벽이라 불렀다. 그가 손대는 모든 일은 그림처럼 완성되었고 그가 내뱉는 말은 오차 없는 명제 같았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그의 길은 언제나 굳건한 직선이었고 실패는 그의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사람들은 그를 경외했고 그는 자신을 향한 타인의 감탄 속에서 자신의 완벽을 재확인했다. 굳게 닫힌 그의 세계에는 어떤 약점도 어떤 불확실성도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통제 아래 모든 것이 놓여 있을 때 비로소 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를 만난 순간.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의 격랑이 그의 견고한 성벽을 허물어뜨렸다. 거침없이 돌진하는 감정 앞에서 그의 모든 지식과 경험은 무력해졌다. 그녀는 그에게 어떤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 소박하고 따스한 존재감에 그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녀 앞에서는 세상의 모든 수식이 의미를 잃었다. 자신을 에워싼 완벽의 포장지가 한 겹 한 겹 벗겨져 나갔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는 인생에서 가장 큰 딜레마에 빠졌다. 그는 언제나 효율적이었고 논리적이었다. 감정은 통제해야 할 미숙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사랑은 달랐다. 사랑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오직 받아들이고 느껴야만 하는 격렬한 파동이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냈던 그가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수십 번 머릿속으로 최적의 고백 시나리오를 그려보았다. 감동적인 배경, 완벽한 타이밍, 낭만적인 대사. 하지만 상상할수록 초라해졌다.
그의 입술은 사랑한다는 흔한 단어조차 쉽사리 내뱉지 못했다.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그저 네 글자의 조합이 아니었다. 그의 모든 완벽을 걸어야 하는 유일한 취약점이었다. 그는 세상에 완벽을 보였지만 그녀 앞에서는 자신의 모든 불완전을 드러내야만 했다.
자신의 마음이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 두려웠다. 완벽한 가면 뒤의 서툰 속마음이 들통날까 봐.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그는 가장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였다.
늦은 밤 그는 그녀의 집 앞에서 서성였다. 몇 번이나 연습했던 멋들어진 대사들은 혀끝에서 맴돌다 사라졌다. 고요한 밤. 심장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는 용기를 내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잠옷 차림의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마주했다. 완벽한 그는 숨을 들이쉬고 거칠게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 저, 저기요 〛
=〚 그.. 그대를, 사랑... 합니다. 〛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고 평소의 침착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얼굴은 열에 들떠 붉어져 있었다. 그가 생각했던 그 어떤 고백보다 초라하고 서툰 고백이었다.
가장 쉽게 던져야 할 단어가 세상 모든 말을 합친 것보다 무겁게 짓눌렸다. 완벽한 인생을 살아온 그였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불완전하고
가장 볼품없고 가장 형편없는 고백이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이 고백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진실하고 순수한 감정의 응집이었다는 것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용감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완벽함의 가면을 벗고 온전한 자신을 드러낸,
가장 진실된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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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애 || 완벽한 사람의 초라한 사랑 고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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