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부르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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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1 20:10조회 364댓글 29바다
나는 늘 똑같았다.
남들이 뭐라 하든, 어떤 눈빛을 보내든, 내 발걸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창을 쥔 군인처럼 나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던졌다.
“너네 너무 띄워준다, 그정도는 아닌데?”
“걔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얘를 왜 좋아해, 뭐가 좋다고.”

그들이 한심했다. 웃겼다. 입꼬리를 늘리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역겨움을 숨기기 위한 웃음이었다.
역겨웠다. 토가 쏠렸다. 구역질이 났다.

그 말들은 얼음 위에 떨어지는 칼날 같았다. 닿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나를 찌르지도 상처 내지도 못했다. 부서진 건 그들의 손아귀였다.

나는 떳떳하게 걸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변명하지도 않았다. 내 삶은 내가 책임지고, 내가 판단하는 것이다. 그들의 혀끝에서 좌우되지 않는다. 그들이 창을 휘두를수록, 나의 중심은 더욱 단단해졌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차갑다 했다. 외롭다 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거짓된 인정과 억지 위로에 파묻혀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고립이라는 것을.

내 목소리는 부드럽지 않다. 따뜻하지도 않다. 오직 한기를 내뿜는다.
그 한기는 곧 경고다.
나를 얕잡아보는 자에게는 피를 부르는 울림이 될 것이다.


나를 바꾸려 들지 마라. 나를 끌어내리려 하지 마라.
나를 내려다 보지 마라. 나를 판단하지 마라.
날 한심하게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곧 피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던졌던 칼날은 돌아와 네 손을 베고,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나를 향해 쏟아낸 말들은 끝내 네 안을 파먹고, 너를 무너뜨릴 것이다.

오늘도 나는 고요히 걷는다.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들이 파도처럼 부서진다. 날카로운 눈빛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나는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그 어떤 목소리도, 그 어떤 칼날도 끝내 나를 꺾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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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당 못할 짓은 자처하지 말 것. |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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