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시온 - 좋아해도 되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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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좋아해도 되는지 모르겠어.
그대 주위에는 언제나 사람이 가득이잖아. 당연해, 그대는 밝고 활기찬 사람이니까. 에너지도 넘치고, 사과를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그대를 안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
그런 그대를 내가 감히 좋아해봐도 될까?
그런 그대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
그대의 사랑스러운 눈에 입 맞추고 싶어.
그대를 내 품에 가둬버리고 싶어.
그대를, 그대를—...
내가 오직 그대만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잖아.
언제나 그대 옆에 남아줄 건 나란 걸 알고 있잖아?
밤이 깊고 그대가 두려워하는 밤이 올 때면, 그대 옆에서 지켜줄 사람은 나라는 걸. 여김없이 더러운 아침이 찾아와도 그대만 있다면 웃을 수 있는게 나라는 걸.
근데, 알면서, 왜, 도대체, 왜.
왜 남에게는 안보여주는 표정을 내게 보이는거야.
왜 나와 취향이 같은거야.
왜 내 게시물에 하트를 누르는데? 왜 하필이면 내 주위로 걷는건데? 왜 나랑 집이 가는 길이 겹쳐? 왜 늘 나와 함께 있으려 해? 왜 내 곁에 있어줘? 왜 나한테 말을 걸어?
왜?
왜?
왜? 왜? 왜?
그런데 왜—
왜 나를 항상 그런 눈빛으로 쳐다봐?
내가 두렵기라도 한거야?
근데 그건 그대가 먼저 잘못했잖아.
그대가 먼저 날 유혹했어.
그대가 먼저라고.
그대가, 먼저. 그대가, 그대가... 그대가 먼저... 그대가 먼저라고 그대가 먼저라고 그대가 먼저라고그대가먼저라고그대가먼저라고그대가먼저라고그대가먼저웃지마웃지마웃지말라고웃지마웃어주지마웃지마...
그대가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볼때면 내 몸이 꺾이고, 아스라지고, 또 부서지다, 다시 붙고, 다시금 녹아버려. 입 안에서 썩은 사과 조각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고, 혀끝은 벌레처럼 꿈틀거려. 귀에선 그대의 목소리만이 맴돌아. 그대의 모든 것이 날 지배했어.
이제, 그대를 좋아해도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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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
By. 유하계
다음은 16mm 청춘을 써오겠습니다. 꼭...!
장편 쓰는 건 왜 이리도 힘들까요. 정병글이 이런거라면 꽤나 재밌는 것 같기도 하면서 힘드네요. ...뜬금없지만 이런 장르의 글에서 특정 말이 반복되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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