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 옆에 영원할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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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3 23:20조회 33댓글 0비공
초여름, 앵두가 익어가는 계절.

화창한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손 틈새로 보이는 햇살,
그 아래엔 나무들이 빼곡히 심어져 있는 것 아닌가.

매일, 나뭇가지에는 투명하고 쨍한 붉음이 매달린다.

ㅡ예전에는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

그 넓게 펼쳐진 길에는 갑작스레 바람이 불면 앵두끼리 스르르 부딪히게 된다. 그러곤 소리도 없이 빛을 낸다.

그 장면을 톡 따서 내 마음에 담아 두는 것, 
그것이 내 어릴 적 취미라고 종종 말하곤 했었다.

지금 보면 참 소박한 기억이었는데도
이상하게 그립다.

<

내가 더 어렸을 땐 할머니께서 앵두를 따셨었다. 
손등에 햇빛이 내려앉고, 바구니엔 앵두가 하나둘씩 쌓여갔다.

옆에서 따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다,
마저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한 나는
하나씩 집어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앵두가 처음엔 시고, 끝엔 달았다.
그 단맛이 내게 오래 남았다.
내 마음 어딘가 깊숙이까지도.

<

하지만 내게 가장 따뜻했던 우리 할머니께서
이번 여름이 다가오기도 전에


돌아가셨다.

ㅡ마지막이라도, 이 여름날의 공기라도 느끼고 가셨으면 참 좋았을텐데.

조용한 오후, 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

돌아오지 않는
돌아오지 않을
할머니를 여전히 기다리는 나와 또 다른 여름에게


— 안녕


@ 비공 v.
저 사실 앵두 먹어본 적 없는..
[🙏🏻] 피드백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 날선 말투는 X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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