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이 코트 틈새로 내 몸을 스칠 때, 네 기억이 내 마음으로 스며들어.
아마 나는 너를 너무 많이 사랑했지. 그리고 그 마음이 너를 숨 막히게 했을지도 모르지.
나를 떠나는 너를 볼 때, 나는 마음속으로 너를 붙잡고 싶었고,
그 욕심이 너에게 부담으로 돌아갔음을 이제서야 알게 됐어.

길가의 낙엽이 발걸음을 스치며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의 웃음과 너의 눈물이 섞여 내 귓가에 메아리친다.
나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에게 너무 많은 나를 요구했어.
그 순수한 마음이 때로는 폭력처럼 느껴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왜 너와 헤어진 후에나 하는 걸까. 더 미리 알진 못했을까.

내 기억 속 너는 늘 빛나고 있었지만, 나는 그 빛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내 마음의 무게가 너를 짓누르며, 너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음을 알아.
너도 나도,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보내기로 하자.
넌 바람을 따라다니며 자유롭게 지낼 거고, 나는 나의 후회를 끝없이 흩어보내겠지.

사랑해서 미안하고, 너무 사랑해서 더 미안하다.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해, 때로는 너를 밀어내고, 때로는 붙잡았다.

나는 혼자 너 없는 단푸나무 거리를 혼자 걸어.
낙엽 밟는 소리마다 남은 침묵을 느끼며
이 사랑이 남긴 흔적을 마음 한켠에 담을게.

이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것만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지막 방식이다.
이 노을이 지듯, 내 기억속에서 또한 네가 사라지겠지.

그리고 쓸쓸한 가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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