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1 21:15•조회 61•댓글 1•Dxu
다락방은 목조 주택의 맨 꼭대기에 위치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창틀의 틈새를 훑고 지나갔고, 그 탓에 작은 먼지들이 방 안을 떠다니는 것을 해가 질 무렵이면 항상 볼 수 있었다. 습도가 낮고, 나무 바닥은 발소리를 낼 때마다 일정하게 삐걱거렸다. 밤이 되면 바깥의 모든 소리가 차단됐다.
방 한가운데에는 낡은 직사각형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붓펜 몇 자루와 갱지 노트 한 권이 전부였다. 노트는 얇았고, 그 얇은 종이 위에 매일 밤 단어들이 적혔다. 어떤 날은 문장 끝이 잘려나갔고, 어떤 날은 아무런 내용 없이 날짜만 기록되었다.
나는 해가 지는 것을 스탠드의 불빛으로 대체했다. 스탠드의 노란 불빛은 책상 위의 좁은 면적만 비췄다. 빛이 비추지 않는 다락방의 구석들은 그림자로 남았고, 그 그림자는 방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시간의 흐름은 회중시계의 째깍거림과 책상 위 노란 불빛의 수명으로만 가늠되었다.
그 순간, 다락방의 차가운 공기나 나무 냄새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뇌리 속에서는, 가장 먼 곳의 기억이 재생되었다. 그곳은 특정 장소가 아니었다. 햇빛이 가장 강렬하게 쏟아지던 어느 날의 공원이었거나, 급하게 내리던 소나기를 피했던 좁은 처마 밑이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밤하늘은 옅은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창문을 조용히 열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이제 꽤 차가웠다.
미리 작은 유리병에 담아두었던 작은 반딧불 한 마리를 꺼냈다. 반딧불은 아주 미약한 빛을 깜빡였다. 이 빛은 주변의 어둠을 밝히기에 전혀 충분하지 않았다. 그저 내 손가락 위에서만 간신히 인지될 정도였다.
반딧불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창문 밖으로 조용히 띄워 보냈다. 반딧불은 바람을 타고 잠시 부유하다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 작은 빛이 멀리 떨어진 '그대'의 창 가까이에 닿아, 아주 잠깐 깜빡이고 사라지기를 바랬다. 그 기원에는 어떤 거창한 약속이나 간절한 요청은 없었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좋은 꿈 이길 바라요.
// 아이유 - 밤편지